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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장애인이 불행하다고?
영화 <어른이 되면>
기사입력: 2018/12/04 [22:37] ⓒ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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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아무렇게나 이야기 하는 예컨대, 돈가스를 잘 썬다는 칭찬에 “생활의 달인. 생활의 달인, SBS”라고 말하는 식의 중증발달장애인 장혜정 씨.

 

그녀는 13살에 가족에 의해 장애인 수용시설로 보내져 30살이 되어서야 둘째 언니와 살기로 하고 탈시설 하게 됐다.

 

생각해 보면 그 어린 혜정씨에게 아무도 시설에 들어갈지를 묻지 않았다. “너는 이제 가족들과 떨어져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외딴 곳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평생을 살아야 해. 그게 너의 가족들의 생각이고, 너에게 거절할 권리는 없어”라고 13살 아이에게 가족들은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가족과 산 세월 보다 더 오랜 세월을 시설에서 살아야 했던 그녀를 둘째 언니 장혜영 씨가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자신과 같이 살기로 마음 먹는다.

 

물론 ‘탈시설’이 그녀에게 무조건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 역시 그녀를 입소시킬 때처럼 일방적인 것이 될 수 있어 1년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자매는 같이 외출을 하면서 혜정씨가 시설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같이 살게 된 두 사람은 거처를 서울로 옮겨 합가(合家)를 하고, 혜정씨가 제공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에 대해 알아본다.

 

그러나 최소 서울에 거주한지 6개월이 지나야 자격이 주어진다는 말에 둘째 언니인 혜영씨는 일단 동생과 둘이서 어떻게든 지내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그게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이다.

 

나이가 서른인 동생은 이미 자신이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시설에서 하도 “어른이 되면~”이라는 답을 자주 들어 자기결정권이 결여되어 있다.

 

뭔가 자신의 뜻대로 안되어서 짜증이 나면,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고 “지금 짜증내는 거야?”라는 한마디면 “죄송합니다” “짜증 안 낼게요”라고 말하며 꼬리를 내린다. 그녀가 시설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짐작이 되는 대목이다.

 

감독이자 주인공 혜정의 언니 혜영은 ‘왜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 되어야 할까’에 문제 제기를 한다.

 

그는 근 20년 만에 다시 만난 1살 동생 혜정의 언니로서의 삶과 원래 자신의 삶 이렇게 두 가지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한다.

 

일단 6개월 동안은 복지서비스 이용도 안 되는 탓에 온전히 자신이 혼자 감당해 보려고 한다. 춤추는 걸 좋아하는 동생을 위해 노들장애인야학에 함께 가 보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혜정은 혼자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다.

 

안 되겠다 싶어서 둘은 제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감독의 후배이자 이 영화의 음악감독인 유인서에게 혜정의 음악 지도를 부탁한다.

 

감독이 직접 만든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 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굶어 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가사의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라는 노래를 연습한다.

 

이 노래의 마지막 가사는 ‘언젠가 정말 할머니가 된다면, 역시 할머니가 됐을 네 손을 잡고서 우리가 좋아한 그 가게에 앉아 오늘 처음 이 별에 온 외계인들처럼 웃을 거야’라고 마무리 한다.

 

결국 자신과 동생의 상황을 노래로 표현한 것이다.

 

사실 장애는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리고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선천성 장애인은 5%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이 산업화 등 사회적 문제로 장애인이 된다. 때문에 장애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어른이 되면>은 장애 극복기 같은 류의 ‘장애인 영화’가 아니다.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서비스가 달라져야 한다.

 

개인별 욕구(needs)에 맞춰 더 촘촘해져야 하고, 장애 유형이나 거주 기간, 장애 등급, 부양가족 유무 등에 무관하게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감독은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동생 혜정 씨와 함께 초대받아 참석한 발달장애인 복지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발달장애인을 불행한 사람으로 표현했는데, 행복하고 불행한 것은 비단 발달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라며 이러한 인식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어른이 되면>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똑같이 ‘사회인'(혜정씨는 자신을 사회인이라고 소개한다)으로서 똑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인지도 모른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이 산다는 의미는 시각장애인도 보고, 지체장애인이 뛰어다닌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장애와 상관없이 누구나 똑같이 대중교통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누구나 똑같이 투표소에 방문할 수 있고, 누구나 똑같이 영화관에 갈 수 있는 그러한 사회를 의미한다.

 

영화 <어른이 되면>을 많은 관객들이 봄으로써 장애인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3일 개봉 예정.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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