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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자리를 위해 신념을 포기할 수 있을까?

영화 <롱 샷>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9/07/04 [23:28]

 

남자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본 이성은 바로 어머니일 것이다.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엄마가 밥도 먹여주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자신을 보살펴 주는 것에 당연히 사랑의 감정이 살아날 것이다.

 

그래서 “난 커서 엄마랑 결혼 할 거야”라고 말하지만, “엄마는 아빠랑 결혼해서 너랑 결혼 못해”라는 말을 들으면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아이는 자신의 연적(戀敵)인 아버지를 제거하고 엄마를 차지하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가 자신 보다 더 큰 존재여서 그냥 순응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다.

 

그러다 어느덧 아이가 유치원과 학교에 진학하면서 세상엔 엄마 말고도 예쁜 여자가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이는 점차 엄마 대신 이성에게 눈을 뜬다.

 

남자는 연하나 동갑의 이성에게도 관심을 가지지만, 자신에게 살갑게 대해주는 연상녀에게 더 끌린다.

 

여자는 남성보다 정신연령도 높고, 모성애 때문에 연하의 남성에게 아이 같아 잘 대해주는 것뿐이지만, 남성은 여성의 이런 행동에서 어릴 적 엄마가 자신에게 해주던 것들이 생각나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연상녀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꼭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심지어 그 누나가 옆집에 살면서 수시로 자신을 돌봐주던 베이비시터라면 말은 이미 다 한 것이다.

 

그런 누나를 20년도 더 지나 만나게 됐다면 어떨까?

 

하지만 그 누나는 초강대국 미국의 국무장관(우리나라로 따지면 국무총리 겸 외교부장관)이자 차기 유력 대선 후보다.

 

얼마 전 자신이 일하던 신문사가 적대심을 품은 거대 미디어 재벌에게 인수되자 박차고 나온 백수인 나에게 그 누나가 자신의 연설문 담당 비서로 일해 달라고 제안한다면 어떨까?

 

영화 <롱 샷>은 20년 만에 만난 첫 사랑인 누나와 자신에 신념에 따라 함께 일하게 된 전직 기자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최연소 미 국무장관이자 첫 여성 대통령 후보인 샬롯 필드(샤를리즈 테론 분)는 우연히 파티에서 만난 자신이 돌보던 프레드(세스 로건 분)를 만난다.

 

그녀는 프레드가 전직 기자임을 알고 그의 기사를 꼼꼼이 살펴본 후, 자신의 연설문 담당 비서로 일해 달라고 제안한다.

 

백수가 된지 이틀 만에 그것도 꽤 매력적인 자리를 제안 받은 프레드는, 그러나 즉답을 피한다.

 

오히려 그는 샬롯에게 현재 그녀가 다른 나라와 추진 중인 환경정책이 단순히 보여주기 식 쇼인지 혹은 강한 실천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것인지를 묻는다.

 

평소 그는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기업에 대해 혹평을 일삼고, 심지어 그토록 자신이 비판하던 미디어 재벌이 자신의 회사를 인수하자 그날로 박차고 나올 정도로 신념을 중요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샬롯은 그에게 당연히 후자라고 답하고, 그 말을 믿고 프레드는 그녀를 돕기로 마음먹는다.

 

샬롯은 세계 20개국을 순회하면서 각국 정상을 만나고, 그때마다 프레드는 상황에 맞는 연설문을 쓴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生物)이라 했던가. 국제 정세가 수시로 바뀌고, 그러면서 연설문도 수정해야 할 상황이 생기지만 프레드는 이를 샬롯이 자신의 신념과 쉽게 타협한 것이라고 생각해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미국의 국무장관쯤 되면 산전수전 안 겪어 본 일이 없을 것. 샬롯은 단번에 프레드를 어르고 협박해 계속 자신의 연설 비서로 일하게 한다.

 

어린 시절 샬롯을 좋아했던 프레드는 샬롯에 대해 자신이 더 자세히 알아야 좋은 연설문을 쓸 수 있다는 핑계로 수시로 대화를 나누고, 그러면서 둘은 점차 가까워진다.

 

좋아하는 체위(體位)까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눌 정도가 된 두 사람은 급기야 연애의 감정을 갖게 되고, 다른 비서진의 눈을 피해 아슬아슬한 데이트를 즐기게 된다.

 

그런 가운데 마침 샬롯이 주재 중이던 나라에서 미 공군을 강제로 억류 중인 사건이 발생하고, 샬롯은 위기를 기회로 잘 살려 대중의 지지도는 더욱 올라가게 된다.

 

이대로만 가면 차기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은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특히 탤런트 출신의 현직 대통령(밥 오덴커크 분)이 갑자기 영화판에 발을 들여놓고 싶다며 재선에 도전하지 않고, 자신을 밀어주겠다고 하니 차차기 대선을 꿈꾸던 샬롯에게 그 기회가 더 일찍 찾아오게 됐다.

 

하지만 그녀가 세계 각국과 추진 중인 환경정책에 대해 미디어 재벌인 파커(앤디 서키스 분)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다.

 

여러 매체를 가진 탓에 정치인들도 눈치를 봐야 하는 그이기에 챔버스 대통령은 샬롯을 불러 파커의 요구대로 타협하자고 회유한다.

 

만약 그녀가 파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해킹으로 얻게 된 프레드의 은밀한 동영상을 세상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한다.

 

지금 막 그와 제대로 불붙은 상황에 프레드의 은밀한 영상이 공개되면, 샬롯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와 대선은 물 건너갈 것으로 생각되자 결국 그녀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프레드는 누나가 자신 때문에 신념을 저버린 것을 알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결국 샬롯이 대선후보 출정식에서 챔버스 대통령과 파커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남자친구 프레드의 은밀한 영상이 공개될 수도 있지만 자신은 그들의 요구대로 응하지 않을 것을 천명(闡明)한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표방하고 있으나, 사람이 살면서 어디에 중요도를 둬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나무 보호에 대한 조항 하나만 빼면 사상 첫 여성 대통령 그것도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는데, 굳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거절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거대 보수 미디어 기업이 회사를 인수하든 말든 자신의 월급과 자리에만 영향이 없으면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을까? 아니면 그 자리에서 박차고 나오는 이가 많을까?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줄 알고 영화를 보던 관객들을 이러한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영화 제목인 ‘롱 샷’은 사전적 의미로 ‘거의 승산 없는 도전’ ‘모험을 건 시도’라는 뜻으로 영화에서는 ‘오르지 못할 나무’의 의미로 사용됐으며 이는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이자 첫 사랑인 샬롯을 지칭한다.

 

영화 <롱샷>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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