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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공연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9/08/28 [23:05]

▲ 사진제공=쇼노트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2005년 국내 초연 때부터 2012년과 2017년, 2018년에 이어 금년까지 5번이나 주인공 '헤드윅'을 꿰찬 오만석 버전이어서 한껏 기대를 했는데, 공연 후 너무 엉망으로 했다며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는 말을 스스로 할 정도로 28일 뮤지컬 <헤드윅> 공연은 관객도, 주연 배우도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공연이었다.

 

그가 노래할 때면 밴드의 드럼 소리 등에 가사가 묻혀서 도저히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도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반면, '이츠학' 역을 맡은 유리아는 가사 전달력이 좋았다. 이에 오만석은 애드리브를 빙자해 유리아에게 자신보다 더 열심히 부르지 말라고 구박할 정도로, 그녀의 가창력과 가사전달력은 모두 완벽했다.

 

그동안 <여신님이 보고 계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한 유리아는 2017년부터 <헤드윅>에 합류했는데, 그나마 이날 공연의 성과라면 흙속에서 진주 같은 유리아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공연의 내용은 이렇다. 옛 동독(독일이 통일되기 이전 동·서로 나뉘었을 때가 배경이다) 시절 소년 한셀은 미군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데이빗 보위, 루 리드, 이기 팝 등의 록 음악을 듣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루터라는 미군 병사가 한셀에게 성전환을 해 자신과 결혼하자고 청혼하고, 그는 엄마 이름인 '헤드윅'으로 이름을 바꾸고 성전환 수술을 받는다.

 

하지만, 수술 실패로 1인치의 살덩이가 남게 된다.

 

미국으로 온 헤드윅은 루터에게 버림받고, 록밴드를 결성해 가발을 뒤집어쓰고, 화장을 한 채 변두리 바를 전전하며 노래를 한다.

 

그러다 그는 록밴드 일과 병행하던 보모 일을 하던 어느 미군 가정에서 토미라는 16세 소년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는 토미에게 록앤롤을 가르치지만, 결국 자신의 은밀한 곳에 있는 살덩이 때문에 버림 받는다.

 

이후 토미는 헤드윅의 곡으로 잘 나가는 스타가 되고, 그가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공연을 하던 날 그 근처에 위치한 한 극장에서 헤드윅도 공연을 한다.

 

그리고 헤드윅은 자신의 공연을 찾아준 관객들에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분명히 이 공연은 1인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타의 뮤지컬에 비해 주인공의 대사가 월등히 많은 것이 특징이다.

 

사실 2시간 남짓한 공연 시간 동안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도 1시간은 지났을 때부터다.

 

물론 무대 위에는 록밴드 '디 앵그리인치'와 잇츠학이 함께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헤드윅이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분량이 많아 그만큼 헤드윅의 연기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개집 애 같은 사내아이' 소리를 듣던 헤드윅이 자신의 성 정체성의 혼란 때문에 방황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성 전환 수술의 실패로 남자도 아닌 그렇다고 여자도 아닌 어쩡쩡한 모습으로 남게 된 그는 자신의 반쪽을 찾는데 집중한다.

 

매년 서울광장을 비롯해 전국 주요도시에서 '퀴어 축제'가 열리고 있다. 보수 기독교인들은 하늘이 정해준 고유의 성(性)을 부정하고, 성 전환을 하거나 혹은 동성끼리 사랑하는 것에 반대해 축제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또 그들은 동성연애자나 성 전환자가 늘어날 것이란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에도 극렬히 반대 운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 공연은 앞서 말한 것처럼 화려한 연기와 수많은 뮤지컬 넘버 보다는 주인공 혼자의 대사가 많은데다, 내용 역시 성 정체성을 겪는 한 사람이 자신의 반쪽을 찾는 이야기라 가볍게 볼 작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일 낮(수요일 오후 3시) 공연조차 거의 모든 객석을 가득 메울 정도로 인기가 있는 작품이라는 건 그만큼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 해 줄 시민들이 많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뮤지컬 <헤드윅>은 11월 3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R석 기준 99,000원이며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는 50% 할인된다. 참고로 공연장에는 휠체어석이 4석 마련되어 있다.

 

아참! 썰렁한 미국식 조크와 '물벼락'을 각오할 것.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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