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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강간에 대한 그릇된 인식 바뀌길

영화 <69세>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9/09/27 [22:33]


수영을 해서 다리가 예쁘다느니, 뒤에서 보면 몸매가 처녀처럼 좋다느니 하는 말을 남자 간호사에게 듣게 된 69세 할머니 심효정(예수정 분)은 이 일로 퇴원 후 통원치료를 받으러 가지 않는다.

 

사실 영화 시작 2분 동안 화면 없이 두 사람의 대화만 나오는 탓에 관객들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효정이 고민 끝에 남자 간호사를 성폭행 가해자로 고소하기로 결심하는 장면이 곧 나오면서 관객들은 비로소 정확한 상황을 인지하게 된다.

 

고소장을 먼저 쓰라는 민원 접수자의 말에 따라 그녀는 작성대 앞으로 가지만 선뜻 고소장을 작성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아마도 강간 피해 여성이 자신이 겪은 일을 구체적으로 적는 일은 나이에 상관없이 똑같이 어려운 일일 것이다.

 

조사과정에서 가해자는 이중호(김준경 분)라는 남자 간호조무사인데, 주 업무로 물리치료사 보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밝혀진다.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이중호는 성관계는 했으나, 강간이 아닌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고소인이 처음 이 병원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한 진술이 서로 다르자 형사는 효정에게 치매 검사를 받아 볼 것을 권한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효정이 더 유리하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선 또 다시 구속영장을 기각한다.

 

아마도 피해자의 나이가 많아 판사가 이를 성폭행이라고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서 빚어진 일로 보인다.

 

효정을 상담하는 상담사(이명하 분)는 효정이 젊은 여성이었어도 스스로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않는 한 영장은 기각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해자가 자신이 가해한 사실을 입증해야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 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효정은 드디어 자신에게 병원을 추천해 줬던 송미자라는 이름의 간병인이 실제 존재하는 것을 확인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 병원을 추천한 것은 송미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음을 기억해 낸다.

 

그리고 가해자의 말대로 예전에 동네 마트에서 가해자와 우연히 대화를 나눈 적이 있음을 기억해 낸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찾아온 형사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아무리 중호의 말처럼 둘이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 사이라고 해도, 자신을 강간한 사실은 변하지 않기에 그녀는 복수심에 불탄다.

 

결국 효정은 중호의 처가가 운영하는 펜션에 들렸다가 중호의 나이어린 부인이 임신한 모습을 보고 말없이 되돌아 나오다 중호와 마주친다.

 

이에 중호는 대체 뭐라고 이야기 했냐며 효정을 다그친다.

 

번번히 법원에서 구속영장은 기각되고, 가해자는 뉘우치지 않는 상황에서 같이 수영장에 다니는 젊은 여자들이 “몸매가 처녀처럼 좋다”는 말을 하면 그날의 일이 떠올라 견디기 힘든 지경에 이른 효정은 결국 용기를 내서 자신이 겪은 일을 자필로 써서 대중에게 알리기로 마음먹는다.

 

이 영화는 성폭력 특별법이 생긴 다다음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지금보다 더 이전에 우리 사회가 성폭력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40살이나 어린 남자가 왜 강간을 했겠느냐고 말하거나, 강간 피해자인 여성이 오히려 좋았겠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한다.

 

나이차이가 아무리 많이 나는 할머니라도 자신의 의지에 반해 강제로 당하면 결코 좋을리 없다.

 

특히 오십견 때문에 평소 고생하던 노인이 젊은 남자를 억지로 밀어내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지 이를 피해자도 ‘원했다’는 식의 판단 근거로 삼는 것은 정말 잘못된 판단이다.

 

‘서울대 우 조교 사건’으로 성희롱과 성폭력의 개념이 생겼듯이 지난해 촉발된 ‘미투’로 피해자도 사실은 좋았을 것이라는 강간에 대한 그릇된 인식도 바뀌길 바라본다.

 

영화 <69세>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인 10월 6일과 7일, 8일, 10일 세계 최초로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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