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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돈 버는 일만 '꿈'일까?

영화 <몽마르트 파파>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9/12/29 [17:02]


평생을 중학교 미술교사로 일해 온 민형식 씨의 소원은 정년퇴임 후, 몽마르트 언덕에서 그림 한 번 그려보는 것이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을 뿐 아니라 수석졸업까지 한 나름대로 실력도 갖춘 그이지만, 그의 아내는 몽마르트는 무슨 몽마르트냐며 자기 손에 장을 지지겠다며 남편의 꿈을 비웃는다.

 

하지만 부인의 이런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아버지의 꿈을 응원하는 아들은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이렇게 다큐멘터리 영화 <몽마르트 파파>는 만들어지게 됐다.

 

우선 몽마르트에서 그림을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아들이 지인 가운데 프랑스가 가능한 이를 수소문해 관할 구청과 통화를 했다.

 

어떤 장르의 그림을 그릴 건지 그리고 그림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고 나서 기다린 끝에 드디어 민형식 씨에게 일정 기간 몽마르트 언덕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허가증이 나왔다.

 

몽마르트에 가서 그림을 그리면 장을 지지겠다던 아내는 슬쩍 말을 바꾼다. 이번엔 몽마르트에서 그림이 한 점이라도 팔리면 장을 지지겠단다.

 

결국 감독과 민 씨 그리고 그의 아내는 프랑스 몽마르트로 떠난다. 구청에서 민 씨의 사진이 인쇄된 허가증을 받아들고 내일부터 그림 그릴 장소를 둘러본 후 숙소로 돌아온 이들은 소매치기를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럼 그렇지 첫 날부터 일이 순조롭다 싶었다.

 

다음 날 처음으로 몽마르트에 가서 그림을 그리려는데 비가 오는 탓에 행인들의 발걸음이 없다. 아무리 그림을 그려봤자 살 사람이 없으니 이렇게 또 공을 쳤다.

 

처음부터 남편을 무시하던 아내 입장에서는 어제 오자마자 소매치기 당하고, 오늘은 아예 행인도 없고 그래 어차피 기대도 안 했는데 그럼 그렇지 싶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되는 궂은 날씨에 아무리 그림을 그려도 살 사람을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그러던 어느 날, 모처럼 날씨도 화창하고 다른 때보다 화가들도 많은 게 오늘은 뭔가 예감이 좋다.

 

그래 예감이 맞았다. 마침 귀국을 앞둔 한 한국인 부부가 민 씨의 그림을 열심히 보면서 흥정을 시작하자 지나가던 행인들이 하나 둘씩 민 씨 곁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오늘은 진짜로 민 씨의 부인이 손에 장을 지져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 화가가 민 씨에게 다가와 오늘은 모든 화가들이 파업 중이니 당신도 그림을 팔지 말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다른 화가들이 이젤에 불어로 파업이라는 문구를 써 놓았지만, 불어를 모르는 민 씨가 그 의미를 알 턱이 있었겠는가. 얼른 미안하다며 민 씨도 그림 흥정을 중단하고 파업에 동참했다.

 

결국 그렇게 또 민 씨는 그림을 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사실 그 이후에도 민 씨는 그림을 팔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오른다.

 

하지만 그는 원래 몽마르트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것이 꿈이었기에 평생의 소원을 이루었다.

 

우리는 흔히 꿈을 이야기 할 때 ‘돈’과 연관 지어 생각한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는 게 꿈이라고 말하면 왜 돈 못 버는 길을 가려고 하냐고 간섭하고, 거리에서 공연하는 게 꿈이라는 이에게 돈 버는 일이 아니어서 그건 꿈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민형식 씨의 소원은 그림을 파는 것과 무관하게 화가로서 단지 몽마르트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었다. 다른 유명한 화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아내는 몽마르트 언덕에서 그린 그림이 팔리면 자신의 손에 장을 지지겠다며 남편의 그림이 꼭 팔려야 하는 것처럼 조건을 내건다.

 

아마도 그림을 팔지 않고 단순히 그리기만 하는 것은 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는 현대사회가 그만큼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평생을 자원봉사만 하며 지내는 이도 있고, 수입을 떠나 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이도 있고, 연극무대 위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이도 있어야 우리 사회가 더욱 더 활기차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지, 모두가 ‘돈 되는 일’에만 몰두하면 이 사회가 제대로 지탱되기 힘들다.

 

돈 되는 공연만 하다보면 그만큼 문화소외계층은 증가할 것이고, 우리의 삶도 피폐해 질 것이다.

 

또 돈이 안 되면 남을 돕는 일을 하지 않다보면 우리 사회는 그만큼 인정(人情)이 사라져 결국 더 삭막한 사회가 될 것이다. 어쩌면 영화에 등장하는 ‘고담시’처럼 될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는 굳이 돈이 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사회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사회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그런 이들도 생활을 하려면 최소한의 돈은 필요하다. 이는 기본소득 보장 등 제도적으로 풀면 될 일이다.

 

우리 사회에 민형식 씨처럼 ‘돈 안 되는 소원’을 이루려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영화 <몽마르트 파파>는 다음 달 9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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