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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우리의 잘못도 우리 역사의 일부

영화 <기억의 전쟁>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0/02/17 [23:35]

10여년에 걸쳐 무려 80개 마을에서 시민들을 향해 총질을 하고, 수류탄을 투척했다. 희생자 중에는 아이들과 여성도 많았다.

 

그러나 50년이 지나도록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전쟁 중 현지인 여성을 돈으로 사서 성관계를 맺기도 했고, 더러는 출산도 했지만 그들은 책임지지 않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갔다.

 

여기까지 듣고 우리는 ‘당연히’ 일본군이 우리에게 행한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우리나라 군인이 저지른 일이다.

 

물론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것이 개인의 의지 보다는 ‘국가의 명령’이었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시 전쟁에 참전해 부상을 당하거나 고엽제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우리도 피해자”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일본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듯이, 베트남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역사적 사실을 우리가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청각장애인 부모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길보라 감독이 이번에는 베트남전쟁 참전용사의 손녀로서 당시 베트남전쟁의 피해에 관심을 갖고 <기억의 전쟁>으로 컴백을 앞두고 있다.

 

평소 베트남 참전 용사임을 자랑스러워하던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이길보라 감독은 20대 때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해 알게 된 후, 본인의 할아버지도 가해자이지 않았을까 싶어 베트남으로 ‘평화캠프’를 떠났다고 한다.

 

이때 이 영화에도 나오는 ‘탄’ 아주머니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이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특히 참전한 할아버지 대신 가족의 생계를 꾸렸던 할머니에게 베트남전에 대해 물어도 여자들은 그런 것 모른다고 말하는 걸 보고서 여성의 시각에서 전쟁을 바라보기 위해 제작방향을 그쪽으로 설정했다.

 

그래서 영화는 당시를 기억하는 중년여성들은 물론 당시 어린 나이에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청각장애인 그리고 전쟁 후 한국군이 주둔하던 마을에 돌아와 지뢰 사고로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 등의 기억을 담았다.

 

철저히 ‘남성’의 시각을 배제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장애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2018년 우리나라에서는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해 ‘시민평화법정’이 열렸다. 우리 정부를 상대로 피해자들이 본격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기 전에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소멸 시효’ 등 법적인 것을 제외한 채 해당 사건만 바라보기 위한 일종의 운동차원이었다.

 

이 자리에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가 훈장을 가슴에 단 채 참석해 재판 과정을 지켜봤는데, 이틀에 걸친 시민평화법정에서 원고인 용우옌 티 탄 씨는 이곳에 당시 참전 군인이 있으면 자신의 손을 잡고 사과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결국 ‘베트남 참전 용사’는 그녀의 호소를 무시했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올해 3월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베트남 정부와 공동 조사를 벌여야 뭐라고 입장을 밝힐 수 있는데, 베트남 정부가 협조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이는 소송과 시위 그리고 호소에도 일본이 꿈쩍도 하지 않는 것과 너무 닮았다.

 

17일 기자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민변 김남주 변호사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과 더불어 특별법 제정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법안 공동발의에 참여할 10명의 국회의원을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단지 우리 군인들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만약 잘못한 게 있다면 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물론 양국의 관계가 좋은 까닭에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까 싶어 베트남 정부가 오히려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불편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그들에게 잘못한 것이 있으면 이를 바로잡고 사과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우리 역시 과거 우리에게 악행을 저질렀던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당당히 사과를 요구할 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유명한 격언(格言)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는 ‘명령’에 의한 것이었든 혹은 ‘일부’ 군인들이 저지른 일이든 당시를 기억하고, 또 아직까지 고통 받는 이가 있다면 우리도 이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옳다. 우리가 남에게 해를 끼친 것 역시 우리 역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각자가 기억하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기억의 전쟁>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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