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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생충을 홍보수단으로 삼지 마라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0/02/20 [01:00]

연일 정치권에서는 영화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을 화두에 올리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생가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지자체들은 앞 다퉈 영화의 촬영지를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하기 바쁘다.

 

동양인에게 문턱 높은 오스카에서 무려 4개 부문이나 상을 받았으니 들뜨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사회 양극화를 다룬 영화인데 CJ라는 재벌그룹이 수백억 원의 프로모션 비용을 들여서 지원사격 한 결과 수상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예산이 적은 다른 영화들은 ‘빵빵한 지원’을 못 받아 해외에 진출조차 제대로 못했으니 결국 영화 밖 현실에서도 양극화가 존재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더욱이 세트장이 아닌 실제 동네에서 촬영한 서울시의 경우, 해당 동네를 관광지로 개발해 ‘구경거리’로 삼겠다는데 과연 외국인 등에게 가난을 구경거리로 보여주겠다는 그 발상은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민속촌’의 경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생활상을 재연해 놓은 곳이니 이를 구경거리로 삼아도 상관없으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빈촌’을 그것도 실재(實在)하는 동네를 구경거리로 삼겠다고 하니,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괴로운 심정일까.

 

흔히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영화 속 기택(송강호 분)네 가족처럼 반지하 방에서 온 가족이 피자 박스를 접으며 돈벌이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 가난은 현실이고, 지옥이다.

 

실제로 이 영화를 본 어느 영화전문 기자는 과거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트라우마 때문에 영화를 보기가 괴로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난한 이에게는 영화 속이든, 영화 밖이든 가난이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일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게다가 관광으로 인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경제적 보상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남에게 동물원 원숭이 같은 취급을 당하면서 그렇다고 경제적 이득도 없으니 과연 누구를 위한 관광 상품인지 의문이 든다.

 

 

또 기택네 반지하 집 세트를 지었던 고양아쿠아특수촬영스튜디오의 경우, 해당 세트장을 복원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 사례와 조금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볼 것은 과연 이 세트장을 복원하는 것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냐는 것이다.

 

당장은 호기심에 사람들이 방문하기도 하겠지만, 과연 그 인기가 얼마나 오래갈지 생각해 봐야 한다.

 

소위 ‘본전’을 뽑으려면 복원 후에도 한참의 기간이 필요할 텐데 지금이야 아카데미 4관왕의 영예를 차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관심이 높은 것이지, 몇 달만 지나도 관심이 시들해 질것이 뻔하다.

 

심지어 고양시는 이미 <드림하이> <총리와 나> 등의 드라마 촬영지를 홍보의 수단으로 삼아본 전력이 있으나, 현재는 해당 촬영지에 세워진 안내판조차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하다.

 

그런 상황에서 또 다시 <기생충>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기생충> 세트장의 앞날이 어찌될지 뻔히 예상되는 것은 비단 필자뿐일까.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기생층>은 부익부 빈익빈 사회 양극화를 다룬 영화다.

 

정치인들이나 지자체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든 마케팅의 도구로 삼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회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을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제 총선을 곧 앞두고 있다. 차라리 ‘기택네 가족 반지하 탈출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우거나, 기택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는 것이 낫지 싶다.

 

<기생충>의 수상을 축하하고 기뻐하는 것은 관객들이 할 테니, 정치인들과 지자체는 영화 속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주길 당부한다.


/디컬쳐 이경헌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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