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의 누이이자 아내인 헤라는 제우스와 결혼 후 300년 동안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부터 제우스의 바람기 때문에 늘 초조하고, 제우스의 상대 여자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질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끝까지 찾아내 응징해야 속이 풀린다. 이쯤 되면 ‘대지의 여신’이 아닌 ‘질투의 여신’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때문에 그녀는 ‘걸레’ 소리까지 듣지만, 그래도 남자 없이 사느니 죽는 게 낫다는 신조를 지녔다.
마지막으로 사냥과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의 딸이지만, 남자처럼 사냥만 즐긴다. 결혼은커녕 평생 남자와 잠자리조차 가져본 적이 없는 ‘처녀’로 자신의 순결을 빼앗으려는 사람은 누구든 죽여 버릴 정도로 순결에 집착한다.
하지만 극이 후반부로 갈수록 페미니즘이 가미된다. 남편 제우스의 바람기 때문에 속을 썩으면서도 가끔 제우스에게 가정폭력을 당해도 찍소리 못하는 헤라에게 제우스의 딸인 아르테미스는 왜 그러고 사냐며 자신의 아버지를 욕한다.
이들의 이런 아픔을 고백하면서 세 여신은 물론 관객들도 자연스레 여성의 인권 문제에 인식을 갖게 된다.
최근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과 <작은 아씨들>이 오버랩 되면서 여성의 시각에서 신화를 풀어내는 이 작품에 주목하게 된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미투가 휩쓸고 간 후라 그런지 고대의 신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이달 29일까지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관객과 만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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