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0/03/04 [23:55]


제목을 외우기가 조금은 어려운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3명의 여신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제우스의 누이이자 아내인 헤라는 제우스와 결혼 후 300년 동안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부터 제우스의 바람기 때문에 늘 초조하고, 제우스의 상대 여자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질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끝까지 찾아내 응징해야 속이 풀린다. 이쯤 되면 ‘대지의 여신’이 아닌 ‘질투의 여신’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다음으로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는 너무 사랑이 과해서 문제다. 자신의 미모에 반해 졸졸 따라다니는 남자가 한 둘이 아닌데 다 받아준다. 하다못해 자기에게 조금만 호의를 베풀어도 바로 잠자리를 갖는다.

 

때문에 그녀는 ‘걸레’ 소리까지 듣지만, 그래도 남자 없이 사느니 죽는 게 낫다는 신조를 지녔다.

 

마지막으로 사냥과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의 딸이지만, 남자처럼 사냥만 즐긴다. 결혼은커녕 평생 남자와 잠자리조차 가져본 적이 없는 ‘처녀’로 자신의 순결을 빼앗으려는 사람은 누구든 죽여 버릴 정도로 순결에 집착한다.

 

하지만 극이 후반부로 갈수록 페미니즘이 가미된다. 남편 제우스의 바람기 때문에 속을 썩으면서도 가끔 제우스에게 가정폭력을 당해도 찍소리 못하는 헤라에게 제우스의 딸인 아르테미스는 왜 그러고 사냐며 자신의 아버지를 욕한다.

 


이때부터 세 여신은 각자 지닌 상처를 공유한다. 그렇게 남자를 밝히는 줄로만 알았던 아프로디테는 사실 그녀의 미모 때문에 ‘강간’도 당했고,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복수심에 불타 현 남자친구를 죽이는 일도 겪었으나 이게 다 여자인 내 팔자려니 하고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평생 독수공방 하며 수절(守節) 하는 줄 알았던 아르테미스는 사실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 적이 있으나, 남동생의 계략에 넘어가 자기 손으로 애인인 오리온을 죽인 후 큰 충격에 빠져 독신주의가 되었던 것.

 

이들의 이런 아픔을 고백하면서 세 여신은 물론 관객들도 자연스레 여성의 인권 문제에 인식을 갖게 된다.

 

최근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과 <작은 아씨들>이 오버랩 되면서 여성의 시각에서 신화를 풀어내는 이 작품에 주목하게 된다.

 


헤라 역은 물론 직접 이 작품을 쓴 한송희는 4일 열린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딱히 페미니즘에 대한 의식이 있어서 쓴 것이 아니라, 남성의 시각에서 쓰여진 신화를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미투가 휩쓸고 간 후라 그런지 고대의 신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이달 29일까지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관객과 만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포토뉴스
이동
메인사진
(포토)부산국제영화제 기다리는 사람들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