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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잘 가요, 차별 없는 세상으로
영화 <안녕, 미누>
기사입력  2020/05/14 [10:52]   이경헌 기자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開發途上國)에서 벗어나 선진국(先進國)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1993년 11월 산업연수생 제도를 만들었다.

 

이를 전후해 많은 외국인들이 일을 배우기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네팔 사람인 미노드 목탄 씨 역시 일하기 위해 1992년 2월 22일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식당과 공장 등에서 그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부르기 편하게 ‘미누’라는 한국 이름도 지었다.

 

같이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아프면 자기에게 꼭 이야기 하라고 했고, 공장 사장은 무슨 자기더러 사장이라고 부르냐며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미누는 자기의 출중한 한국어 실력 때문이 아니라 차별 없이 대해주는 한국인들 덕에 본인이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2003년 8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제정돼 이듬해부터 시행됐다.

 

이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일하려면 반드시 ‘고용주’가 있어야만 하는데, 고용주의 동의 없이는 다른 업체로 이직도 불가능하게 됐다.

 

이 때문에 고용주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더 함부로 대하게 됐다. 사장 대신 형이라고 부르라던 온정(溫情)은 점차 사라졌다.

 

그리고 이때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정부에서는 4년 이상 우리나라에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을 전부 강제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오히려 오랜 기간 정착해서 살고 있는 외국인을 품어주는 유럽의 정서와는 반대로 ‘불법체류자’가 오랜 기간 살면 우리나라에서 결혼도 하고 아예 눌러 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유였다.

 

당초 1992년 2주간의 관광비자로 입국했던 미누 씨는 하루아침에 쫓겨날 신세에 처했다.

 

그때부터 그는 숨기보다 ‘문화운동’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우리 사회에 알리기 시작했다.

 

한국인이 포함된 다국적 밴드 ‘스톱 크랙다운’을 결성해 노래를 통해 외국인 노동 현실을 고발했다.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정부의 눈에는 정부의 정책에 반기(反旗)를 든 것으로 보였나보다. 결국 우리 정부는 2009년 10월 그를 네팔로 강제 출국시켰다.

 

그는 모국인 네팔로 돌아가서 우리나라에서 익힌 것들을 십분 활용해 자국민을 교육시키고 계몽하는데 앞장섰다.

 

또 한국에 일하러 가고 싶어 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한국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차이점 등을 가르쳐 줬다.

 

그리고 21살부터 38살까지 20~30대 내내 한국에서 지낸 탓인지 위험에 처하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한국어가 툭 튀어 나왔다.

 

외모도 생각도 언어도 그냥 평범한 우리 이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그에게 가혹했다. 소위 ‘괘씸죄’에 걸린 듯 했다. 2017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박람회에 정식으로 초청받아 참석하려는 그에게 주네팔한국대사관이 비자까지 내어주고서 정작 입국심사에서 그를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강제추방 당한 사람의 경우 5년이 경과하면 다시 입국이 허용된다고 법에도 나와 있지만 법무부 출입국사무소는 미누 씨의 경우 10년이 경과해야 한다며 입국을 불허했다.

 

왜 그러면 비자는 발급해 줬냐니까 그건 착오였다고 답했다.

 

이런 미누 씨의 이야기를 지혜원 감독이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제목은 <안녕, 미누>.

 

지 감독은 이 작품은 2018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상영할 기회를 얻었다. 경기도가 주최하는 국제영화제인 까닭에 이번에는 가까스로 미누 씨의 국내 입국이 허용됐다.

 

2박 3일 동안 영화제 장소에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제한적 조건이었지만 미누 씨는 소원풀이를 했다.

 

하지만 그는 영화제 후 자국으로 돌아간 지 얼마 안 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불과 47살에 말이다.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미누>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2018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선보인 후 주인공 미누 씨가 세상을 떠나자 완전히 다른 버전으로 재편집을 했다.

 

영화는 우리 사회가 단지 출신국가나 피부색 하나로 외국인을 어떻게 대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혜원 감독은 미누 씨가 만약 자신의 옆집에 살고 있다면 참 좋은 이웃이 되었을 사람이라며, (개봉을 앞둔 자리에) 꼭 함께하고 싶어 했는데 (세상을 떠난 탓에) 함께하지 못한 것을 서운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된 이유로 “무지에서 비롯된 차별을 깨기 위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 감독은 ‘고용허가제’를 ‘노동허가제’로 바꾸어야 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비록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한때 우리의 이웃이었던 미누 씨에게 이렇게 인사하고 싶다. ‘안녕, 미누. 그곳에선 차별 없이 살기를’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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