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간 김창옥’은 ‘강사 김창옥’과 많이 달랐다. 지난 2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들리나요?> 속 그의 모습은 대중이 아는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청각장애인인 아버지와 제대로 소통을 해 보지 못한 그는 아버지에게 인공 와우수술을 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고 심어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수술이 가능한지 진찰을 해 본 후, 70년 넘게 못 들은 분이니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할 게 뻔해 그때 본인이 아버지를 대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에 올리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영화 <국제수사>의 김봉환 감독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그에게 제안했다. 그렇게 <들리나요?>가 탄생하게 됐다.
하지만 제작과정에서 그의 인간적인 면이 많이 담겼다. 그를 너무 잘 아는 감독이 제작을 맡은 까닭이었다.
김창옥의 가족이나 친구들은 정작 그가 자신들과는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농담이 아니라, 청중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너무 잘 아는 그는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도 일정한 부분에서 ‘빵 터지는 웃음’을 간간히 곁들이긴 하지만 ‘소통’을 하진 않는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창옥 본인도 형제들과 사이가 안 좋아 VIP시사회에 형제들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다며, 큰누나가 “형, 누나 없다고 생각해라. 그래야 네가 성공한다”고 했다고 말할 정도다.
대중에겐 소통을 강조하지만, 정작 주변 사람들과는 소통을 하지 않는 사람.
게다가 카메라 앞에서도 주변인들에게 거침없이 육두문자를 날리는 그의 모습은 거칠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인간 김창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에 대해 김창옥은 “창피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하다”며 “제 뒷모습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말했다.
그는 영화배우를 꿈꾼다. 그동안 ‘강사’로 살아오다 보니 ‘나’는 내려놓고 모든 걸 청중에게 맞추며 살아온 까닭에 이제는 ‘나’를 찾고 싶어서란다.
이 작품에서 그의 아버지는 인공 와우수술을 받고 소리가 잘 들린다며 아이처럼 좋아한다.
사실 아버지가 수술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수술이 가능한지라도 알아보는 게 자신의 ‘숙제’라고 생각했던 김창옥은 드디어 숙제를 끝낸 기분이라고 말한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마치 아버지가 어린 아이처럼 느껴졌다는 그다.
듣지 않으면 소통이 안 된다. 그래서 듣는 게 중요하다. 그의 아버지는 (들리지 않아) 부인과 많이 다퉜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청각장애인이 고집이 세다고 오해하는데 이는 들리지 않기 때문에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처음 아버지께 수술을 위해 진료를 받자고 하자, 김창옥의 어머니는 나이 80이 넘었는데 무슨 이제 와서 수술이냐며 핀잔을 준다.
1~2시간이면 끝난다던 수술이 6시간이나 진행되자 수술실 앞에 모여 있던 자식들에게 어차피 바로 옆이 영안실이니 (행여라도) 죽으면 이렇게 (가족들이) 다 모였으니 바로 영안실로 가자고 말한다.
이는 매우 잘못된 태도다. 설령 하루를 살더라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수술 하는 것이 청각장애인 본인에게는 일평생의 소원이다.
더욱이 남편의 귀가 들리게 되면 이제부턴 가족들과 소통이 될 것이고, 본인과 다투는 일도 줄어들 것인데 이제껏 이렇게 살아왔는데 살날도 얼마 안 남은 사람이 수술은 해서 뭐하냐는 태도야 말로 청각장애인인 남편을 말로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과연 나는 남들과 어울려 잘 소통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게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들리나요?>는 오는 10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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