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마틴(조나단 아리스 분)이라는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욘더’라는 마을을 소개 받고, 자신들이 생각하던 곳 보다는 먼 곳에 위치해 있으나 일단 함께 둘러보러 간다.
독특한 외관과 꽤 좋아 보이는 실내 인테리어. 중개인은 모든 게 다 갖춰진 이 집이야말로 평생 살기에 딱이라고 추천한다.
그래 뭐 여기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마틴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계속 따라다니며 집 자랑을 하던 그가 사라지자 에이 그래 우리도 얼른 가자 싶어 제마와 토은 차를 타고 마을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몇 바퀴를 돌아도 계속 자신들이 봤던 ‘9호’집만 나타날 뿐이다.
집 외관은 똑같아서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 되지, 바둑판처럼 블록이 나눠진 마을은 몇 바퀴를 돌아도 계속 그 자리지, 게다가 휴대폰도 안 터져서 내비게이션을 켤 수도 없으니 진짜로 미칠 지경이다.
결국 둘은 차 기름이 떨어질 때까지 온종일 욘더를 뺑뺑 돌다가 밤도 깊고, 차도 멈춰버린 김에 어쩔 수 없이 ‘9호’집에 들어간다.
다음 날 아침, 둘은 이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똑같이 생긴 집을 보고는 헷갈리니까) 해를 따라서 가다보면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해를 쫓아가며 담을 몇 개나 넘었을까? 어느덧 저녁이 돼 어둑어둑 해진 그 무렵 마침 불이 켜진 집을 발견하고 그곳에 들어간다.
아까 자신들이 먹다가 남긴 음식이 테이블 위에 그대로 있는 걸 보니 또 다시 원점이다.
진짜로 미칠 지경인 톰은 차라리 집에 불을 지르면 누군가 보고 오지 않을까 싶어 집 앞에 있는 택배 박스를 가져다가 집에 불을 지른다.
하지만 밤새도록 아무도 오지 않았고, 다음 날 아침 집 앞에 ‘아기’가 택배로 배달된다. 택배 안에는 ‘아이를 기르면 풀려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아이를 안고 보니 어젯밤 불 질러버린 ‘9호’집이 너무나 멀쩡히 그대로 있다.
갓난아기는 불과 98일 만에 9살은 되어 보일 정도로 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 이 정도의 성장 속도라면 사람이 아니라 개인가 싶을 정도다. 때문에 부부는 아이가 더 싫다.
밉다 밉다 하니까 제마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것도 싫고, 툭하면 제마와 톰의 성대모사를 하는 것도 싫어 두 사람은 아이에게 더 정이 떨어진다.
그나마 한 가지 희망은 마당을 끝없이 파다보면 호주가 나오든 지옥이 나오든 어딘가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 톰은 매일 하루 종일 마당을 판다.
하지만 과연 구름 모양과 크기조차 똑같은, 마치 실험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 같은 이곳(영화제목인 비바리움은 관찰이나 연구목적으로 동물이나 식물을 가두어 사육하는 공간을 의미한다)에서 자력(自力)으로 톰과 제마가 탈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음산한 분위기가 아닌 밝은 분위기의 미스터리 공포 영화를 표방하는 영화 <비바리움>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우리가 평범하게 생각하던 것에 위험을 제기함으로써 공포감을 선사한다.
영화 속 제마와 톰은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평생의 보금자리가 되어 줄 ‘내 집’을 갖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부동산 중개업자인 마틴에 의해 ‘욘더’라는 사육장 같은 곳에 끌려가 철저히 부모가 되도록 강요당한다.
원하지 않았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생기고,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는 계속해서 그들에게 자신의 부모가 되길 강요한다.
물론 둘은 꾸준히 잠자리를 하며 아이를 낳으려고 노력하지만, 타인에 의해 갇힌 채 아이를 양육하도록 강요당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실험공간인 ‘비바리움’에 사람을 가두고 자유와 행복을 통제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영화 <비바리움>은 오는 16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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