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우리나라의 사정은 좋은 편이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60% 수준인 캐나다의 확진자 수가 우리나라의 10배 정도 되는 등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때문에 비상상황이다.
자신은 건강하다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마스크를 착용할 정도로 전세계 감염자 수는 날이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팬데믹>이라는 이름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왠지 제목에서 강한 끌림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원제는 ‘Only’로 ‘팬데믹’은 국내에서 붙인 제목이다. 일종의 ‘낚시’인 셈이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하늘에서 재가 떨어지고, 그 재를 맞은 여성들은 수일 내에 100% 사망한다. 재에 있는 HNV-21이라는 바이러스 때문이다. 참고로 남성들은 재를 맞더라도 죽지는 않고 무증상 보균자가 될 뿐이다.
갑자기 많은 수의 여성들이 죽자 문제가 생긴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아이를 낳을 사람이 줄어들어 출산율에 문제가 생긴다. 계속 이런 식이면 언젠가는 출산율이 0이 되어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
그런 일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미국 정부는 건강한 여성들을 잡아들인다. 배아(胚芽)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기 위한 것인데, 그렇게 끌려간 여성들이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군인들이 여성들을 잡으러 다니는 게 한계가 있자 이제는 국민들에게 건강한 여성들을 보면 제보해 달라며 포상금까지 건다.
인류의 멸망을 막겠다는 대의를 위해 개인의 행복추구권이나 신체의 자유 등은 무시해 버린다.
에바(프리다 핀토 분)의 룸메이트가 재에 맞아 집에 들어온 직후에 죽는 걸 목격한 에바와 그의 애인 윌(레슬리 오덤 주니어 분).
윌은 자신의 연인인 에바를 재와 군인들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이유로 집안에 격리시설을 만들어 에바를 감금시킨다.
처음엔 다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던 에바는 점점 편안함을 느껴야 할 집이 감옥처럼 느껴지고, 자신을 위해서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는 연인 윌에게 불만이 쌓인다.
그런 그녀에게 숨통이 트이는 일이 있었으니, 생존 여성들끼리의 익명 채팅방이다.
이곳에서 에바는 아직 잡혀가지 않은 다른 여성들과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아간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채팅방의 참여자 수가 줄어든다. 누구는 잡혀 갔다고 하고, 누군 잡히기 전에 도망갔다고도 하지만 솔직히 왜 하루아침에 갑자기 채팅방에서 사라졌는지 제대로 아는 이가 하나도 없다.
이로 인해 에바의 멘탈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연락을 달라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
왜 우회 회선(VPN)을 이용한 인터넷 화상채팅이 아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연락했을까 의심하며 연인 윌과 함께 전화를 걸어본다.
혹시라도 도청 당할까 싶어 아버지에게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휴대전화 카메라를 가리고 전화를 건 후, 자신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아빠가 하는 말만 듣는다.
제발 목소리 한 번 듣고 싶다는 아버지는, 오늘 엄마가 배아 프로젝트 때문에 잡혀 갔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한다.
난자의 배란도 안 될 폐경기도 훨씬 지난 할머니까지 잡아가다니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에 에바는 소리 내어 분노를 표출하고, 행여 도청 중일까 싶어 윌은 급하게 전화를 뺏어서 끊는다.
이 일로 에바는 늙은 부모님을 걱정도 못 하게 하는 윌이 야속해 대판 싸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 영화의 원제는 only다. 130명이 넘던 채팅방 참가자들이 하나 둘 나가면서 에바 혼자 남게 되는 상황에 어울리는 제목이다.
영화는 팬데믹이라는 우리나라 제목 보다는 원제에 더 어울리도록 에바와 윌 개인에게 초점을 맞췄다.
바이러스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끔찍한 상황 보다는 남자친구에 의해 집에서 감금생활을 해야 하고, 엄마가 군인들에게 끌려갔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대놓고 슬퍼하지도 못하는 여주인공의 상황에 초점을 뒀다.
차라리 낚시성 제목이 아닌 원제의 뉘앙스를 그대로 살렸다면 속았다는 기분이 안 들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 <팬데믹>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