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홍보 카피 그대로 ‘농촌 수사극’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영화다.
보미의 사고 목격자라고는 문희와 문희가 키우는 개 앵자 뿐인데, 문희는 치매 환자인 까닭에 기억도 잘 못하기도 하고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 받는다.
그 흔한 CCTV가 있긴 한데 너무 어두워서 도저히 가해차량이 식별이 안 된다.
여기에 경찰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 감시에 투입된 탓에 성의껏 이 사건에 매달리지도 않고, 그럴 정신도 없다.
결국 보험사 직원인 두원(이희준 분)이 딸 보미의 사고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문희와 두원 모자의 아픈 과거가 드러난다.
사실 두원은 어릴 적 이른바 ‘육손’(손가락이 6개)인 탓에 아버지로부터 ‘병신’ 소리를 들으며 학대당했다. 어느 날 밤 아버지가 어린 두원의 손가락을 작두로 잘라버리려 하자 이를 본 문희가 남편을 저지한다.
하지만 아들이 평생 이런 취급을 당하며 사는 게 열불이 나 순간적으로 그녀는 자신이 직접 아들 두원의 손가락 하나를 절단해 버렸다.
물론 곧바로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한 까닭에 지금은 남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문희는 두원이 결혼하자 며느리에게 똑같이 장애아를 출산할까봐 잔소리를 해댔고, 첫째 보미가 아무 문제없이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둘째를 가졌을 때 너무 심한 스트레스를 줘서 결국 며느리가 가출하고 말았다.
사실 문희도 그러려고 한 건 아니고, 보미 엄마가 둘째 아이를 가졌을 당시 치매에 걸려 더더욱 며느리에게 스트레스를 줬던 것이다.
이렇듯 영화 속에는 장애인과 치매노인을 비롯해 결혼이주 여성 등 다양한 소외계층이 등장한다.
결국 두원의 끝없는 추적으로 경기도 오산에 살고 있는 한재숙(김예은 분)이라는 여자가 뺑소니를 쳤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하다가 반전이 등장하면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고발한다.
사실 어쩌면 이 영화는 보미가 뺑소니를 당했다는 것이 초점이 아니라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과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데 초점을 둔 게 아닐까 싶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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