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상영작 중 눈에 띄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다큐멘터리 영화 <성범죄자를 잡아라>를 꼽을 수 있다.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아시아 프리미어로 공개된 바 있는 이 작품은 체코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터넷 아동학대’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제작됐다.
체코 어린이 60%가 부모의 재제 없이 인터넷을 사용 중이며, 20%는 인터넷에서 알게 된 낯선 사람과 만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에 이 작품을 공동연출한 비트 클루삭 감독과 바르보라 찰루포바 감독은 온라인 아동학대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12~13살로 보이는 성인 배우를 모집해 오디션을 진행했다.
오디션에는 총 23명이 지원했는데 그중 10명이 어린 시절 온라인 아동학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인터넷상에서 아동들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셈이다.
감독은 이중 3명의 ‘배우’를 캐스팅 해 세트장에 십대 소녀의 방 3개를 만들고, 각각 3명의 ‘가짜 계정’을 만들었다. 12살 소녀의 계정이 만들어진지 8분 만에 불과 16명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분명히 12살이라고 나이를 밝혔지만 쪽지에는 소녀에게 성기를 넣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화상채팅이 시작되자 소녀 앞에서 자위를 하는 일은 예삿일이었다.
화상채팅에 앞서 12살이라고 분명히 밝혀도 상관없다며 화상채팅을 이어 나가면서 음란한 요구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중에는 어린이캠프의 기획자도 있었다.
같은 남성과 며칠 동안 지속적으로 화상채팅을 이어가자 그들의 요구는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22살 된 손주가 있다는 할아버지는 12살 소녀에게 아무렇지 않게 추파를 던졌다.
물론 모두가 다 쓰레기 같은 사람만 있지는 않았다. 촬영 10일차에 화상채팅을 하게 된 루카시라는 한 대학생은 화상채팅을 하는 아이 입장에서 진심으로 충고를 해 줬다.
물론 성인이 12세 소녀로 ‘연기’를 한 것이지만 며칠 동안 음란한 요구에 시달리던 배우는 그의 진심어린 충고에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는 걸 느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10일 동안 이어진 촬영기간 동안 총 2,458명이 12살 아동에게 연락해 왔으며, 제작진과 배우는 이 중 21명을 실제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촬영을 마친 후 제작진은 경찰에 촬영 테이프를 넘겨 수사토록 했다고 한다.
촬영에 앞서 제작진은 변호사와 심리상담사를 배치하고, 배우가 언제든지 촬영을 중단할 수 있게 하는 등 8가지 수칙을 정해 철저한 통제 하에 촬영에 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하루에도 수 십 명의 남성으로부터 음란한 요구를 받고, 나체 사진이나 영상을 받아보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3명 중 1명의 배우는 촬영이 끝난 후 후유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이자 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후유증에 시달리는데 실제 12살 소녀가 인터넷에서 성인들로부터 ‘온라인 아동학대’를 당했다면 그 후유증이 어떨지는 말 안 해도 뻔하다.
12살이라는 나이(참고로 체코에서 15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중범죄다)를 듣고서도 아랑곳 하지 않는 성인들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은 성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게 될까?
얼마 후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다시 처벌해 달라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것 역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얼마나 만연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동은 누구나 (성인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보호책임이 있는 성인들이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아동을 학대한다면, 더 이상 아동은 보호해 줄 사람이 없게 된다.
비단 특정성별에 국한 된 이야기가 아니다. ‘소녀’가 아닌 ‘소년’ 역시 인터넷 상에서 얼마든지 음란 행위를 강요받는 등 온라인 아동학대를 당할 수 있다.
심지어 이 작품 속 한 남성은 지속적으로 사진을 요구하더니, 제작진이 배우의 얼굴로 미리 합성해 둔 사진을 보내주자 이 사진을 이용해 가짜 SNS 계정을 만든 후,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소녀의 부모에게까지 사진을 뿌리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n번방’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온라인 아동학대는 체코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그 어디에서든 일어나고 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온라인 아동학대’가 매우 심각한 범죄자는 인식이 더 널리 확산되길 바라본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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