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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정상적인 가족’은 뭘까?

영화 <담쟁이>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0/10/21 [23:53]


예원(이연 분)과 은수(우미화 분)는 같이 산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 보이지만 예원은 은수를 언니라고 부르는데 거리낌이 없다.

 

같이 대중목욕탕도 가고, 길거리에서 스스럼없이 은수에게 팔짱을 끼기도 하지만 이런 예원의 행동이 은수는 조금 불편하다.

 

사실 은수는 예원의 담임교사였다. 고등학생 시절 예원은 꽤나 문제아였다. 수업시간이 자다가 복도로 쫓겨나자 남은 시간을 보더니 몰래 매점에 가서 군것질을 하고 돌아와 태연히 계속 복도에서 벌 선 척하는 그런 학생이었다.

 

똑바로 하라며 출석부로 자신의 머리를 툭 치는 은수가 싫기는커녕 남몰래 좋았던 예원. 세월이 흘러 예원이 27살인 현재 둘은 동거 중이다.

 

단순히 사제지간을 넘어 서로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그런 사이다.

 

어느 날 부모님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은수가 언니 집에 갔다가 교통사고로 언니는 죽고, 은수는 하반신마비 장애인이 된다.

 

깜짝 놀라 한걸음에 중환자실로 달려가지만 예원은 ‘직계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면회를 거부당한다.

 

평생을 의지하며 같이 살기로 한 ‘가족 같은 사이’지만, 법적으로 ‘가족’은 아니라는 이유로 면회조차 불가능하다.

 

엄마와 둘이 살던 은수의 조카 수민(김보민 분)은 졸지에 고아신세가 되자 이모인 은수가 자신이 키우기로 하고 집에 데리고 온다.

 

하지만 은수는 휠체어 신세로 화장실에 갈 때 기어가야 하고, 화장실 불을 켜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 결국 은수도 수민도 예원이 돌봐야 한다.

 

예원은 이런 상황에 별로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은수가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해도, 설령 은수가 건강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이 정도면 예원이 은수에 대해 가진 감정은 충분히 짐작이 된다. 그러나 은수는 평생 신세지고 살 수 없다며 예원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둘은 힘들게 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은수의 사고로 일처리 하느라 1주일 만에 출근한 예원에게 점장은 가족의 경조사도 아니고 이렇게 오래 빠지면 어떻게 하냐며 짜증을 낸다.

 

또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은수는 다리를 다쳤다는 이유로 계약연장이 어렵다고 다른 학교로 전근 가는 게 어떠냐는 말을 듣는다.

 

분노했으나 현실의 벽에 어쩔 수 없이 수용하고 뒤돌아서는 은수를 보고 한 남성 동료교사는 “예뻤는데 아쉽다”는 혼잣말을 한다.

 

외모에 대한 평가도 평가지만, 장애인을 무성적 존재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수민은 이모가 자신을 키우기 힘들어서 고아원에 보낼까 싶어 그냥 엄마랑 둘이 살던 집에서 혼자 살겠다고 말한다.

 

이제 초등학생인 조카에게 그렇게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법. 이에 은수는 수민을 입양하기로 한다.

 

하지만 은수가 장애인인데다 미혼의 동성애자여서 과연 아이를 ‘정상적으로’ 키울 수 있을까 싶어 법원에서는 불허한다.

 

결국 수민은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로 고아원으로 보내진다.

 

이 영화를 연출한 한제이 감독은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통의 가족’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속 은수는 교사라는 신분 때문에 그리고 기성세대이기 때문에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예원과 가정을 이루고 나름대로 잘 살아간다.

 

꼭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엄마, 아빠, 자녀로 된 가정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할머니와 손자가 살 수도 있고, 아이 없이 부부만 살 수도 있고,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서로 한집에 모여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수민이 지금처럼 이모와 언니랑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은수와 예원은 ‘정상적인 가족’이 아니어서 너를 키울 수 없다며 강제로 그들과 분리한다.

 

이는 과연 ‘정상적인 가족’이 무엇인지 되묻게 하는 대목이다. 예컨대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성과 알코올 중독인 여성이 ‘정식 부부’라면 아이를 입양해 ‘정상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말일까?

 

아이 양육의 문제는 아이를 얼마나 아끼고 존중하는지 그리고 아이가 보호 속에 교육 등의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할 문제지 입양하는 사람의 성 정체성이나 장애 여부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담쟁이>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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