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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권까지 배려하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공연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0/11/16 [00:45]

▲ 사진=콰지모도 역을 맡은 안젤로 델 베키오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기사에는 ‘절름발이’ ‘미치광이’ ‘꼽추’ 등 타인을 비하하는 올바르지 못한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작품 속 대사나 가사를 그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사용된 것으로 독자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편집자 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 초연 15주년 기념으로 지난 10일부터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블루스퀘어에서 열리고 있다.

 

무대 규모만 30톤에 달하는 까닭에 막이 오르자마자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거대한 기둥 위에 석상에 얹히고, 기둥이 사방으로 움직이는 정도는 놀랄 일도 아니다. 배우들은 마치 암벽등반 선수라도 된 양 자유자재로 거대한 벽을 탄다.

 

마치 눈앞에서 서커스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공연이 끝나면 ‘역시 오리지널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라 간략히만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1482년 파리 노트르담 성당 앞에 수많은 ‘이방인’이 몰려와 소외된 자신들을 위한 복지를 요구한다. 

 

이중 에스메달다라는 한 여인이 뭇 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에 노트르담 대성당의 프롤로 주교는 성당의 종지기인 콰지모도에게 에스메랄다를 잡아오라고 시킨다.

 

그러나 콰지모도가 그녀를 납치하려는 순간 근위대장 페뷔스에게 발각돼 콰지모도가 체포된다. 그리고 페뷔스와 에스메랄다는 사랑에 빠진다.

 

체포된 콰지모도는 바퀴 형틀에 묶여 고통을 당하고 갈증을 호소하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프롤로 조차 그를 조롱하고 외면할 때 에스메랄다가 그에게 물을 주고 콰지모도는 그런 그녀를 연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과 질투심에 눈이 먼 프롤로 주교는 에스메랄다를 만나러 가는 페뷔스를 미행해 결국 그를 다치게 한다.

 

페뷔스를 다치게 한 프롤로는 그 혐의를 에스메랄다에게 뒤집어 씌워 그녀를 감옥에 가두고 집시 무리들을 모두 잡아들인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꼽추’이자 ‘절름발이’라고 놀림 받는 콰지모도에 대한 묘사다.

 

이 작품에서 콰지모도를 표현할 때 눈에 띄게 등이 굽은 모습이 아닌 한쪽 어깨가 살짝 올라간 것으로 묘사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졸업앨범 촬영 과정에서 흑인 분장을 했다가 가나 출신의 한 방송인으로부터 인종차별이라며 강한 항의를 받았다.

 

그는 흑인이 아닌 사람이 흑인을 표현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고, 입술을 과장되게 그리는 등의 흑인 희화화를 뜻하는 이른바 ‘블랙 페이스’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은 이게 무슨 인종차별이냐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살짝 비틀어서 생각하면 친구들이 뚱뚱한 친구를 놀리기 위해 패딩점퍼를 2~3개 입고 뒤뚱뒤뚱 걷는다거나 혹은 장애인을 놀리기 위해 비장애인이 쩔뚝거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보면 된다.

 

아마도 놀림을 받는 당사자로부터 당장 주먹이 날아오고 큰 싸움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하면 ‘블랙 페이스’가 왜 논란이 되는지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 이유로 할리우드에선 영화를 찍을 때 흑인 역할은 흑인 배우가 맡는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보면 원래 이 작품에서도 콰지모도 역은 실제 곱사등이 배우가 하면 좋겠지만, 그런 배우를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이 작품에서 콰지모도를 표현하기 위해 택한 것이 바로 ‘이 사람이 콰지모도다’ 정도만 알 수 있도록 한쪽 어깨만 살짝 올라간 모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장애인 비하를 피하면서도 다른 배역들과 약간의 다른 특징을 준 절충안인 셈이다.

 

설령 극중에선 사람들이 콰지모도에게 ‘미치광이들의 교황’이니 ‘절름발이’ ‘꼽추’라고 놀리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작품의 배경이 된 15세기말의 사람들의 인식이고, 21세기에 살고 있는 제작진은 장애인에 대한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려 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러고 보면 과거 우리에게 <노틀담의 꼽추>라는 제목이 익숙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꼽추’라는 장애인 비하적 용어가 제목에서 사라지고 <노트르담 드 파리>로 바뀐 것 역시 우리사회의 의식이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문제와 인권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은 내년 1월 17일까지 이어지며 12월부터는 지금은 은퇴한 원년 멤버 다니엘 라부아가 프롤로 역으로 다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VIP석 기준 16만원이며 장애인(중증은 2매)은 30% 할인된다. 참고로 공연장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는 총 18석의 휠체어석이 마련되어 있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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