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을 하던 김지원(하윤경 분) 순경에게 한 여자가 “경찰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곧 볼 일이 있겠다”며 어디선가 나타난 아이와 함께 사라진다.
제복을 입은 것도 아닌데 경찰인 걸 알아챈 것도 신기한데, 또 볼이 있겠다니 뭔가 찜찜하다. 살면서 경찰은 만날 일 없어야 좋은 것이니 말이다.
운동 후 출근한 김 순경은 뉴스를 통해 이상한 사건 하나를 접하게 된다. 한 유괴범이 방송사에 편지를 보내왔는데, 1주일 동안 국민 1인당 1천원씩 총 1억원의 돈이 모이지 않으면 아이를 해치겠다고 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 국민이 5,182만 명이니 이중 0.2%인 10만 명만 돈을 보내면 아이는 살 수 있다.
그렇다고 1천원이라는 돈이 큰돈도 아니니 얼굴도 모르지만 한 아이를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돈을 보낼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또 있다. 유괴범이 알려준 계좌번호가 어느 복지기관의 후원계좌와 일치한다.
이에 해당 기관은 행여 자기네 자작극으로 오해 받을까 싶어 우리와 무관하니 돈 부치지 말라고 하고, 국민들은 마침 해당 계좌번호가 복지기관 것이라니 유괴범과 관련 있든 없든 어차피 좋은 곳에 쓰일 테니까 기꺼이 돈을 보낸다.
그런 가운데 김 순경의 관할지역에서 윤보라(감소현 분)라는 아이가 실종되는 일이 벌어진다. 문제는 평소 박오순(박하선 분)이라는 사회복지사가 보라가 아빠에게 학대를 당한다고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했고, 김 순경이 근무하는 지구대에서 보라 아빠를 향해 거칠게 군 적도 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보라가 사라진 시기와 오순이 직장을 관둔 시기가 딱 맞아 떨어진다는 것.
이에 경찰은 오순이 보라를 납치한 것으로 판단하고 두 사람을 찾아 나선다.
영화 <고백>은 아동학대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를 보고 외면하진 않는지 그리고 학대당하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로 납치라도 하는 것이 아이에게 더 좋을지 등 여러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한다.
결론적으로 뉴스에 나온 유괴사건과 보라의 실종 사건은 같은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아동학대에 있었다.
그리고 보라를 위해 오순은 자신이 죄를 떠안기로 한다. 사실 엄밀히는 보라도 오순도 모두 죄를 지은 게 없지만, 오순은 보라 앞에 벌어진 일을 보고 과거 자신이 겪었던 고통이 떠올라 이 모든 일을 자신이 떠안기로 한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아동학대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분노한다. 최근에는 양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을 보면서 국민들이 분노했고,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령의 정비를 하겠다며 분주하다.
어느 연예인은 홈쇼핑 방송에서 정인이 사건을 다룬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끝났냐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가 시청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결국 해당 홈쇼핑 프로그램은 잠정 중단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때뿐이다. 또 몇 달 후면 ‘정인이 사건’은 잊힐 것이다. 그리고 또 얼마 후에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지면 우리는 또 분노할 것이고, 정치권은 관련 법을 정비하겠다며 10개도 넘는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다.
이런 일은 반복된다. ‘정인이 사건’ 이전에도 아동학대 사건은 있어왔고, 그때마다 우리는 분노했고, 정치인들은 법을 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은 끊임없이 벌어진다.
그 이유는 주위에서 아동학대를 당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아이를 봐도 그냥 지나치기 때문이다. 애가 얼굴이 멍들었어도 그냥 넘어졌나 보다 하고 그냥 넘기고, 유치원에 가기 싫어해도 애가 잠투정을 하나 싶어 한다.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무서워하는 아이를 보면서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다.
설령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걸 보더라도 부모가 교육을 위해 자기자식 때리는데 내가 괜히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못 본 척 한다.
아이들이 무언의 신호를 보내도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아도 모른 척한다.
이 영화의 제목인 ‘고백’은 아이들이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회귀(Go Back)와 다른 사람과의 유대를 통해 위로와 구원을 받아 삶의 의지를 다잡고 용기를 얻는 희망의 과정을 의미한다.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영화 <고백>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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