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차를 몰고 두 아들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뉴욕으로 온다. 그녀는 맨하튼에 사는 시아버지에게 들려서 이틀 정도만 아이들과 머물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평소 아들과 왕래도 거의 없던 시아버지는 언제 둘 사이가 그렇게 좋았다고, 클라라와 아이들이 자신을 찾아왔다고 연락하겠다며 얼른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사실 클라라가 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새벽에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집을 떠나온 이유는 남편 리처드의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도망친 것이다.
리처드는 평소 클라라만 두들겨 팼는데, 얼마 전부터는 큰아들 앤소니도 때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앤소니에서 주드를 때리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도망쳐 왔더니 시아버지라는 사람은 도와주기는커녕 남편에게 고자질 하겠다고 하니 그녀는 좌절해 무작정 다시 길을 떠난다.
어쩔 수 없이 허름한 여관에 가서 숙박을 하려고 하지만, 선불로 낼 돈이 없어서 쫓겨난다. 신용카드를 쓸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경찰인 남편이 당장 잡으러 올 것이기에 그럴 수도 없다.
씻을 곳도, 먹을 것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그녀는 사정사정해 겨우 씻거나, 먹을 것과 옷을 훔치면서 임기응변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이럴 때 일가친척이라도 있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친척도 없어 도움 받을 곳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설상가상으로 불법주차를 차 자동차를 견인 당한다. 밥도 못 사 먹는 사람이 견인보관소에 가서 차를 찾을 돈은 더 없어 어쩔 수 없이 아이들과 걸어 다니기 시작한다.
걸으면 배가 고픈 법. 이에 한 중국집에 들어가 남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고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리처드가 그들 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클라라와 아이들은 식겁해서 함께 도망치고, 근처 노숙인 쉼터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봉사 중인 간호사 앨리스(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분)의 도움으로 하룻밤 잠자리까지 해결한다. 잘 자던 주드가 잠에서 깨어 밖에 나가 설경(雪景)을 구경하다 밖에서 잠들고, 이로 인해 저체온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간다.
병원에서는 규정에 따라 주드의 아빠와 경찰에 연락을 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앤소니와 클라라는 리처드가 찾아와 자신들을 죽일까봐 걱정한다.
가정폭력을 피해 도망친 모자(母子)는 경제적 압박으로 의식주(衣食住) 해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다른 직업도 아닌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리처드가 자신들을 잡으러 쫓아와 가만두지 않을까 두려움에 떤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 식당에서 일하는 마크와 노숙인 쉼터에서 봉사 중인 앨리스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모자를 돕는다.
식당 테이블 아래 숨어서 자는 모자에게 무심하게 먹을 것을 주기도 하고, 주드를 데리러 병원까지 온 리처드를 피해 주드를 클라라에게 데려다 주기도 한다.
또 마크의 소개로 알게 된 변호사 존 피터(제이 바루첼 분)는 기꺼이 무료로 리처드를 상대로 소송을 돕고, 클라라 모자에게 안가(安家)를 제공하기도 한다.
‘용서모임’을 진행하는 앨리스는 극중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누구는 의지할 사람이 없지만, 그래도 타인(他人)은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힘든 일을 겪을 때 혼자라고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친척도, 친구도, 그 누구도 ‘내 편’이 없어 세상에 홀로 남았다고 느껴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처럼 그런 상황에서도 아무 대가 없이 클라라 모자를 도와주는 앨리스, 마크, 존 피터 등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와 깊은 관계는 아니지만, 그들은 기꺼이 힘든 상황에 처한 내게 손을 내밀어 준다. 시아버지조차 잡아주지 않던 손을 타인이 기꺼이 잡아주기도 한다.
물론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엔 기꺼이 대가 없이 먼저 손 내미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흔히 “공짜 점심은 없다”고 말하지만, 얼마든지 대가 없이 도와주는 이들은 분명히 세상에 존재한다.
지금 어려움에 처해 혼자라고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꼭 영화 <타인의 친절>을 통해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오는 7일 개봉.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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