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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기본권도 제대로 못 누리는 장애인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
기사입력  2021/04/30 [11:49]   이경헌 기자


초·중·고는 보통 집 근처에서 다닌다. 초등학교에 비해 수가 적은 고등학교의 경우 버스를 타고 다닐 수는 있으나 그래봤자 자신이 사는 동네다. 초등학교의 경우 일정 규모의 아파트 단지는 단지 내에 초등학교가 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헌법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헌법 제31조 1항)와 동시에 교육의 의무(헌법 제31조 2항)가 있다.

 

하지만 이 너무나 당연하고 기본적인 권리를 장애인은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에 따르면, 전국에 187개의 특수학교가 있다. 2016년 서울시교육청이 조사한 결과 30분 이상 통학하는 비율이 45%에 달한다.

 

비장애인 중학생의 경우 통상 20분 이내에 있는 곳에 배정하는 것이 원칙임을 감안할 때 이동이 불편한 장애 학생은 학교에 다니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모두 포화상태라 장애 학생들은 갈 곳이 없다.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은 2017년 서울 강서구에 특수학교 건립을 두고 학부모들이 주민들 앞에서 무릎까지 꿇으며 호소했던 사건을 담았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2011년 9월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공진초등학교가 학생 수 감소로 마곡지구로 이전을 행정예고했다.

 

여기서 잠깐 공진초등학교의 학생 수가 감소한 이유를 설명하자면, 임대아파트인 가양 4·5단지 아이들과 같이 학교를 다닐 수 없다며 주민들이 학군 분리를 요구해 서울시교육청에서 이를 수용해 가양 4·5단지에 사는 학생들만 이 학교에 배정하자 점점 학생 수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에 2013년 11월 서울시교육청은 기존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공립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고 행정예고했다.

 

그러자 2014년 10월 공진초등학교 인근 자이아파트 주민 1,400여 명이 특수학교 설립 반대 의견을 제출했고, 2015년 10월 이 지역 국회의원이었던 당시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이 자리에 특수학교가 아닌 국립한방병원을 짓겠다며 주민들을 선동했다.

 

과거 국가는 강서구에 대규모 임대아파트를 건설해 이른바 취약계층을 전부 한 곳에 몰아넣었다. 임대아파트는 단지마다 복지관을 두게 되어 있는 까닭에 강서구 내 어떤 곳은 바로 건너편에 또 복지관이 있을 정도로 전국에서 복지관이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게다가 기존에 교남학교라는 특수학교에 이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주민들은 이미 복지시설이 많은데다 기존에 특수학교도 있는데 굳이 또 특수학교를 짓는 것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저자 허준이 서울 강서지역 출신이니 이와 연계해 국립한방병원을 짓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해 2016년 9월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반대 추진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이때부터 활동을 본격화했다.

 

비대위원장은 교남학교 학생 중 25%가 다른 지역에서 다니는 상황이니 그 학생들을 자르면, 강서구에 추가로 특수학교를 짓지 않아도 충분하지 않냐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집 근처에 다닐 학교가 없어 강서구까지 다니는 장애 학생들을 정리하면 또다시 그들은 갈 곳이 없어지고, 그러면 결국 어딘가에 또 특수학교를 지어야 한다.

 

그런 까닭에 강서지역 주민들의 특수학교 건립 반대는 님비(NIMBY)가 맞다. 심지어 이들은 공청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언행은 물론 모욕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말로는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그게 꼭 우리 지역이어야 하느냐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지역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은 오히려 주민들을 선동해 특수학교 건립을 방해한다.

 

심지어 학교부지에 병원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고, 자신에게 그런 권한도 없으나 무책임하게 공약(空約)을 남발해 주민 사이에 갈등을 조장한다.

 


결국 장애 학생의 부모들은 2017년 9월 개최된 2차 주민토론회에서 무릎까지 꿇으며 눈물로 호소했고, 이 장면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여론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국회와 서울시의회는 물론 각계각층에서 강서구 특수학교 건립 촉구 목소리를 냈고, 결국 2018년 8월 첫 삽을 떴다.

 

하지만 이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여전히 주민들은 반발했고, 이로 인해 2019년 9월 1차 개교 연기에 이어 같은 해 11월 2차 연기를 결정했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김성태 의원과 비대위와의 협의를 통해 추후 관내 다른 초등학교가 통폐합되면 그 부지를 한방병원 부지(敷地)로 내놓겠다고 ‘거래’를 해 개교를 합의했다.

 

드디어 개교하게 돼서 좋아할 줄 알았던 학부모들은 왜 특수학교를 지으려면 반대급부(反對給付)가 필요한 것이냐며, 반대급부가 없는 다른 지역에서 특수학교 건립이 더 힘들어질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지난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한 이 작품은 어느 한쪽 집단을 매도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장애 학생의 부모들 역시 특수학교 건립 건에 대해서는 서로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지만, 다른 곳에서 만났을 때는 이웃이기에 웃으며 만날 수 있는 관계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어쩌면 처음 이 지역에 대규모 임대아파트를 지어 취약계층을 한 곳에 몰아넣은 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복지 패러다임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다. 대규모 수용시설에 모여 사는 것이 아니라 시설 밖으로 나와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게 하고, 장애 학생을 구분 짓지 않고 비장애 학생과 통합교육을 하는 것이 우리 정부가 지향하는 바이고, 또 원론적으로도 그게 옳은 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특정 계층만 대규모로 모여 사는 동네를 만든 것부터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 지역에 대한 선입관을 심어줘 저기 사는 아이들과 우리 아이를 분리해야겠다는 그릇된 생각을 하도록 하고, 결국 자신들의 분리로 학교가 문을 닫고 그곳에 특수학교가 들어오려 하자 또다시 이를 ‘혐오시설’이라며 반대하게 한 것은 과거 정부의 잘못이다.

 

이에 대해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 이은자 씨와 조부용 씨는 비장애인들이 못된 사람들이어서 반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평소 장애인을 접해보지 못해서 그런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장애인을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녀들을 자꾸 지역사회로 데리고 나가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을 접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이 작품에 출연한 이은자, 정난모, 조부용, 장민희, 김남연 씨는 이미 자녀들이 장성해 강서구에 문을 연 서진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몇 년에 걸쳐서 적극적으로 강서구 특수학교 건립에 앞장선 이유는 먼저 장애아이를 키운 ‘선배’로서 후배들을 위한 것이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정인 감독은 바로 이런 모습에 감동했다고 밝혔다.

 

혹시 학교 개교 후 과거 반대했던 주민들 중 사과한 사람이 있는지 묻자, 김남연 씨는 강서지역 비대위에서 활동했던 사람 중에 사과한 사람은 없고 과거 다른 지역에서 반대했던 주민 중에서 자신이 강서구에 와서 직접 설득하겠다고 했다는 사람은 있다고 말했다.

 

처음 동대문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시설을 세우려 할 때, 남녀공학 중학교 내에 해당 시설을 세우면 여학생들이 성추행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반대했었던 사람인데, 막상 문을 열고 나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자 이게 다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었구나 깨닫게 돼 강서구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 했다는 것.

 

이런 걸 보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은 실제로 장애인과 자꾸 부딪혀 보게 하는 것이 최선인 듯하다.

 

살면서 장애인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우선 이 영화를 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을 듯하다.

 

이은자 씨는 당시 특수학교 건립에 앞장서 반대했던 김성태 전 의원이 ‘아빠 김성태’로서 꼭 이 영화를 봐 달라고 당부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은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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