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막을 올린 연극 <빈센트 리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범죄를 다룬 2인극이다.
아나타가 불안한 듯 창가를 내다 보다가 문밖으로 나가 누군가에게 들어오라고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집 안으로 들어 온 데이비는 자신이 아나타의 아들 빈센트가 죽어있는 걸 신고한 장본인이라고 말한다.
사실 아나타는 아들이 죽은 후,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사람들의 괴롭힘에 못 견뎌 이사했다. 빈센트가 죽은 장소가 지금은 문 닫은 역의 화장실이었는데, 그곳이 주로 동성연애자들의 아지트로 이용된다는 게 이유였다.
여기서 빈센트가 실제 동성연애자였는지는 중요치 않다. 누군가로부터 살해를 당한 피해자이고, 빈센트의 엄마 역시 피해자 가족인데 동네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자 가족을 괴롭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설령 극 중에서처럼 빈센트가 실제 동성애자가 맞는다고 하더라도 단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죽어 마땅하거나, 동성애자 아들을 둔 엄마라는 이유로 괴롭힘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데이비는 아나타에게 빈센트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이에 극 중반까지 아나타까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리고 중반부가 지나면서 데이비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빈센트의 죽음을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인 그는 그동안 자신과 빈센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한다.
결국 빈센트를 잃은 아나타는 절망과 동시에 자기 세계가 흔들리는 혼란을 느끼게 된다.
실제 19일 오후 3시 공연 무대에 오른 서이숙 배우는 공연 직후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계속 눈물을 흘렸다.
원작자인 필립 리들리가 태어난 영국 동부의 배경을 지형과 장소, 분위기까지 자세히 묘사한 점이 눈에 띈다.
다만, 미혼모와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를 다룬 까닭에 극이 전반적으로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데이비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까지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 스스로 나는 어떠한가에 관해 묻게 하는 까닭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관객들이 자연스레 기립박수를 보내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오는 7월 1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되며, R석 기준 55,000원으로 장애인은 50% 할인(본인에 한정)되며 휠체어석은 총 5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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