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입양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 돌아보게 해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
어떤 산모든 아이를 낳는 것 자체는 축하받을 일이다. 설령 산모가 흉악한 범죄자여도 뱃속 아기가 무슨 잘못이 있을까? 태중의 아기는 그 자체로 보호받아 마땅하고, 태어남을 축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는 39살 여성의 출산은 축하하면서, 19살 여성의 출산은 축하는커녕 어떻게든 숨기려 한다.
1982년 아기를 낳았던 당시 19살 산모 신복순도 그랬다. 그녀는 아이를 낳은 날 바로 입양동의서에 서명을 했다.
결국 갓난아기 신선희는 생후 4개월 만에 덴마크로 입양됐다.
백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덴마크의 시골 동네에서 자란 선희 엥겔스토프는 다행히 좋은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 하지만 자라면서 주위에서 본 아시아인이라고는 자신처럼 입양인뿐일 정도로 아시아인이 드문 곳에서 자란 까닭에 아무리 노력해도 백인들 무리에 융화되지 못했다.
그녀는 2002년 한국에 처음 왔다. 양부모가 준 책을 통해 한국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현대적인 곳이라니, 게다가 난생처음 이렇게 많은 아시아인을 보자 그녀는 마치 달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2011년 덴마크 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자신을 입양 보낸 엄마를 찾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기획하고, 자신의 입양을 중개한 홀트 측에 도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홀트 측은 거부했다. 경찰을 통해 엄마와 같은 이름을 가진 동년배 3명을 찾아냈고, 그중 1명이 자식을 입양 보낸 사실이 있음을 알아냈다.
이에 경찰을 통해 그 여성에게 편지를 전달하려 했으나, 그녀는 결혼 전 아이를 낳았던 것을 숨겨야 하는지 거절했다.
결국 신선희 감독은 당시 엄마가 자신을 입양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간접적으로 알아보고자 제주도에 위치한 한 미혼모 시설의 도움을 받아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미혼모들이 처한 상황을 카메라에 담았다.
바로 그 작품이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다.
아직 부모가 되기에 어린 임산부들은 입양인인 신 감독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이도 입양을 보내게 되면 아이의 삶은 어떨까 궁금해 이것저것 물으며 서로 친해졌다.
아직 10대인데 아이를 낳으면 평생 손가락질받을 텐데 그냥 아빠 호적에 동생으로 올리고, 엄마 아빠가 대신 키워주겠다는 제안에 아무리 그래도 내가 직접 키우겠다는 소녀의 모습을 보며 신 감독은 우리 엄마도 저랬을까 생각해 보게 됐다.
처음엔 매정하기도 하지 어떻게 낳자마자 그날로 입양동의서에 서명을 하나, 나는 엄마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던 신 감독은 한국 사회에서 10대가 아이를 낳아서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다.
아무리 자신이 직접 키우겠다고 해도, 미혼모의 주위 사람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을 직접 목격한 후 우리 엄마도 그래서 나를 떠나보냈나 이해하게 됐다.
비록 이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엄마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엄마가 나를 포기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을 수도 있구나 깨닫게 됐다.
그래서 그녀는 이 영화를 엄마에게 쓰는 편지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마무리 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촬영한 350시간 분량을 전부 번역한 후(신 감독은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데다 촬영지가 제주도라 제주 방언도 자주 등장한다), 이중 어떤 장면을 사용할지 고르다 보니 편집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입양인 당사자의 시각에서 제작된 만큼 영화의 가치는 매우 높다. 제주도 애서원에서 만난 미혼모들은 신 감독에게 “Are you happy?”라고 말을 건넸다.
입양되면 지금보다 내 아이가 더 행복하게 살까 싶어 입양인인 신 감독에게 행복한지 물었다. 신 감독은 그들에게 차마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이를 입양 보낼 수밖에 없는 엄마의 사정을 입양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이 작품은 우리 사회가 가진 미혼모와 입양, 여성에 관한 구조적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입양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는 다음 달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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