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청소년들의 축제인 잼버리대회가 2023년 전북 부안의 새만금에서 개최된다. 세계잼버리는 보이스카우트 활동이 시작된 영국에서 1920년 처음 시작되었으며 이후 4년마다 보통 14~18세의 나이에 해당하는 청소년들이 참여한다.
잼버리 활동은 야영 생활과 각종 대(隊) 활동을 하면서 우의를 다지고 서로의 교류 협력을 끌어내는 것으로서 개척정신과 호연지기를 기름은 물론 심신의 균형적 안정을 취하는 데 효과적이어서 말 그대로 청소년 시기, 청소년이기에 가능한 활동의 장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강원 고성의 세계잼버리를 유치하였으며, 이후 약 30년이 지난 2023년 세계잼버리를 다시 유치함으로써 세계 속에서 청소년들의 화합과 통합의 큰 잔치를 제공하는 국제적 역량을 다시 한번 보여줄 좋은 기회를 마련했다.
사실 2023 세계잼버리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당시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폴란드는 그단스크(Gduńsk)지역을 내세워 유치전에서 선점하였기 때문이다.
이 지역이 조선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전개해 왔는데 2000년 들어 조선산업의 몰락과 노조의 갈등 등 많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세계잼버리대회 유치로 인한 국제적 관심을 조명하고 동시에 지역발전을 꾀하려 하였기 때문에 명분상에서 상당히 유리하였었다.
특히 당시의 폴란드 세계잼버리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전직 폴란드 대통령 바웬사는 그단스크가 자기 고향이자, 정치적 터전이었으며 무엇보다 노동자를 대변하였던 사람으로서 이 지역의 노동자 위기가 갖는 어려움을 개선하려는 절박함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저력은 이에 비추어 만만치 않았다. 당시의 세계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었던 기후협약, 환경, 공존 등의 가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곳으로 대한민국의 습지, 갯벌, 방조제 등이 어필되었으며 유럽 이외의 아프리카, 북미, 아시아 등 수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의 장점과 특징을 이해하였고 그 결과 2017년 8월 아제르바이잔 바쿠 콘그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1차 세계스카우트 총회에서 25회 세계잼버리 개최국가로 우리나라가 선정됐다.
세계잼버리대회의 유치를 위해서 당시의 스카우트 총재, 유엔사무총장, 여성가족부 장관 등 관계자들은 세계 각국을 누비면서 한국의 가치, 한류의 중요성, 대한민국의 저력 등을 설명하면서 개최 당위성을 설명하였고 외교부나 각 부처의 전폭적 지원으로 한마음이 됨으로써 세계잼버리 대한민국 유치라는 열매를 맺어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첫째, 청소년활동에 대한 새로운 비전의 제시를 들 수 있다. 적어도 청소년 시기에 우리가 도전과 열정을 표방하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의 제공과 기회의 마련을 해 주는 것이 바로 기성세대가 해야 할 중요한 청소년육성의 책무인데 이를 여성가족부, 전라북도, 한국스카우트연맹 등이 제공해 준 것이다.
둘째, 우리의 청소년활동이 점차 쇠락해가는 차원에서 긍정적 돌파구를 마련해 볼 수 있다. 이전 세대를 살았던 수많은 기성세대는 자신이 누린 많은 혜택을 지금의 청소년에게 부여해 주는 것을 상당히 망설인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등이 갖는 가치가 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뭐든 나쁜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하지만 국제대회와 같은 수많은 청소년, 적어도 5만 명 이상이 대군집(大群集)으로 모여서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실현하는 장관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기성세대는 청소년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셋째, 엄청난 수의 국내 및 국제 청소년들이 교류의 장을 마련해내는 곳이다. 일상에서 이제는 외국인이 그리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생각을 교류하고 고민하는 것을 직접 느끼는 것은 문화 다양성의 이해나 자신의 가치관을 조율해 보는 엄청난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 不如一見)을 실행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기주도학습, 자율적 사고, 창의력, 문제해결력, 도전과 역경의 극복 등 청소년 시기에 습득해야 할 모든 요소가 다 포함된다.
넷째, 학업과 사교육이 만연해 있는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잠시 쉼을 이어가고 자신의 꿈을 위해 생각해 보며 미래에 무엇이 될지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우리는 자녀에게 뭐든지 하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어떠한 방법을 제공해 주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너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함이 얼마나 더 힘들고 청소년 스스로 무너져 내리게 하는 일인지 잘 모른다.
2023세계 잼버리에서 꿈을 찾아보고 세계의 청소년들과 함께 숙식을 같이하면서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동년배의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삶에서 도전이 상시화되고 경쟁이 당연시되어 있고 자정까지 학원을 뺑뺑이 도는 안쓰러운 청소년 군상에게 이들의 삶이 힘들다고 함을 한 번쯤 생각해 보고 긍정적인 도전과 경쟁이 기반이 되는 세계잼버리대회를 우리 자녀의 삶의 변환 적 기회로 만들어 보도록 부모가 나서서 세계잼버리를 알아보고 참여 방법을 지금부터 고민해 주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청소년이 자기 삶을 긍정적인 기회로 만들어 보고 스스로 도전을 찾는 기회로 여기도록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만들어주거나 찾는 일이야말로 지금의 부모가 우리 자녀를 위해 해 주어야 할 최선의 선물이 아닐까?
4년마다 되풀이되지만 아마 적어도 반세기 이전에 다시 청소년들만의 축제를 다시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2023세계 잼버리 참여를 위해 부모들의 생각을 바꿔보는 계기로 활용해 보자.
/디컬쳐 칼럼니스트 권일남(명지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한국청소년활동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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