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를 할 줄 아는 아름이 행정과 경제를 맡았고, 성만은 살림을 맡았다.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 종일 집에만 있으려다 보니 성만은 주부우울증에 걸린다.
그때 아름이 생각해 낸 것이 ‘외길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정식을 제공해 보자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여러 사람과 교류도 하게 되고, 성만의 요리실력도 점점 좋아졌다.
나중엔 소문이 나서 유학생뿐 아니라, 교민들도 한식이 그리워 외길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부부에게 아이가 찾아왔다. 출산이 처음인 아름은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아이를 낳은 후에도 누구에게 딱히 물어볼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처음 그녀는 분윳값이라도 아끼자는 생각으로 모유 수유를 했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아이를 먹이기 위해 엄마가 그만큼 더 먹어야 한다는 점.
게다가 아이에게 좋은 음식이 뭔지도 몰라 한 달 내내 미역국만 먹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릴 때 젖꼭지 주위의 유륜(乳輪)을 물려야 하는데, 젖꼭지를 물리다 보니 아팠다. 아픈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젖꼭지에서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름은 한국 육아 커뮤니티에 접속해 사연을 올렸고, 분유를 먹이라는 조언대로 그렇게 했다.
하지만 아이가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주 후, 마트에서 편지가 한 통 왔다.
아름이 산 분유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으니 환불받으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해당 분유를 사기 며칠 전 뉴스에 나왔다는데, 그녀는 몰랐다.
하다못해 구입 당시에라도 누군가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공부하는 아름 대신 육아와 살림을 맡은 성만의 스트레스가 다시 심해졌다. 풀 사람이라곤 아름밖에 없다.
아름도 마찬가지다. 친정엄마에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지만, 시차가 맞지 않아 얘기 상대가 남편밖에 없으니 두 사람은 부부싸움을 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래서 아름은 다시 ‘외길식당’을 운영키로 한다. 다른 부부들은 어떻게 사는지 얘기가 듣고 싶어서다.
다시 문을 연 외길식당엔 국제결혼을 한 커플, 동성 커플 등 다양한 이들이 찾아와 결혼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아름은 결혼에 대한 해답을 찾기 원했으나, 수학 문제처럼 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그것도 쉽지 않다.
다큐멘터리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전통적으로 남자가 바깥일과 경제를 담당하고, 여자가 살림과 육아를 담당하는 성역할이 뒤바뀐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복잡한 예식과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결혼보다 똑같은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으면서, 비용과 절차가 간단한 동거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은 프랑스 사회를 보여줌으로써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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