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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인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영화 <레이피스트>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1/10/07 [16:12]


이번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영화 <레이피스트>는 말 그대로 강간범(rapist)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인도영화다.

 

7일 낮 12시, 영화제 첫 상영에 앞서 아파르나 센 감독은 사전 녹화영상을 통해 “무엇이 남자를 강간범으로 만드는가에 대한 영화”라며 빈민계급과 엘리트계급 간의 양극화를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남편 아프랍(아르준 람팔 분)과 함께 아이 갖기에 열을 올리는 범죄심리학 교수 나이나(콘코나 센 샤르마 분)는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의 미화원 딸이 넷째딸을 질식사시켜 이웃이 경찰에 신고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돕기 위해 남편과의 데이트도 취소하고 당장 미화원의 딸을 만나러 간다.

 

나이나는 아마도 미화원의 딸이 딸만 넷이나 낳자 시댁에서 구박이 심해 스트레스로 그런 일을 벌였다고 판단해 어떻게든 그녀를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늦은 시각까지 나이나와 동료교수 말리니와 함께 경찰을 만나 설득한 끝에 다행히 일이 좋은 쪽으로 마무리된다.

 

둘은 집에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부르려 하지만, 늦은 시간이고 외진 곳이라 택시를 부를 수 없자 버스를 기다리기로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버스정류장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린다.

 

그때 빈민촌인 그 지역에 사는 두 젊은 남성이 추파를 던진다. 제자뻘밖에 안 되는 놈들이 뭐하는 짓인가 싶어 말리니가 한마디 하자 놈들은 두 사람을 공격한다. 그렇게 말리니는 죽고, 나이나는 강간을 당한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두 사람을 발견하고 신고한 남성에게 경찰은 이 밤중에 괜히 쓸데없이 남의 일에 신경 써서 자신이 일찍 퇴근하지 못한다며 툴툴댄다.

 

또 나이나에겐 창녀도 아니고 이 밤에 왜 외딴곳에 서 있었냐며 마치 그녀가 잘못한 것처럼 말한다.

 

이에 나이나는 트라우마로 인해 남편이 자기 몸에 손을 대는 것에 극도로 예민하게 군다.

 

학교 이사회는 그녀에게 이참에 안식년을 가지면 어떻겠냐고 권하지만, 그녀는 진짜 몇 달만 쉬라는 건지 아예 영원히 쉬라는 건지 몰라 계속 강의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자신을 교수가 아닌 강간 피해자로만 대하는 것처럼 느껴져 그것도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이나는 임신 16주라는 진단을 받는다. 이게 사건 전날 남편과 잠자리를 한 결과인지 아니면 강간의 결과물인지 몰라하던 차에 남편이 얼마 전 비뇨기과에서 검사한 결과를 산부인과 의사에게 공개하자 의사는 강간범의 아이라고 결론 내린다.

 

의사는 이런 경우 낙태를 권하는 게 보통이지만, 나이나의 경우 당뇨 때문에 수술이 위험할 수 있어서 뭐라고 하기 그렇다고 말한다.

 

이에 나이나는 강간의 결과물을 낳고 싶지 않다며 건강에 지장이 있어서 수술을 하겠다고 하지만, 나이나의 남편은 당신 건강이 중요하니 일단 낳은 후 입양 보내면 입양가정에서 이 아이가 강간의 결과인지 알게 뭐냐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이나의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가 과거 자신도 강간으로 임신해 억지로 결혼했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남편은 죽이고 싶어도, 아이는 낳기 잘했더라는 말을 하자 나이나는 생각을 바꿔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한편, 범죄심리학자인 그녀는 자신을 강간한 범인이 대체 어쩌다 그런 사람이 됐을지 인터뷰를 위해 수시로 그를 면회하기 시작한다.

 

나이나는 강간범뿐 아니라 그의 주변인물들과도 만나면서 그가 어릴 적 아빠가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자랐음을 알게 된다.

 

특히 6학년 이후 몇 번이나 유급하자 아빠가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말라고 해, 짧은 가방끈 때문에 조직에 몸담으면서 범죄자의 길로 들어섰다는 걸 알고 그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런 나이나의 태도에 남편은 왜 범죄자를 희생자로 만들려 하냐며 화를 낸다.

 

하지만 나이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을 강간한 범인에게 복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레이피스트>에서 눈여겨볼 점은 인도 빈민층의 그릇된 의식이다. 나이나를 강간한 범인은 여성은 남성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어릴 적 엄마가 아빠에게 학대당하고, 강간당하는 걸 보면서 엄마는 아빠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는 존재라고 인식하게 됐다.

 

이에 그는 동네 아는 여자에게 밤늦게 다니지 말라며, 늦게 다니는 여자는 강간당해도 싸다고 말한다.

 

심지어 나이나의 피해를 조사하는 경찰조차 밤늦게 돌아다니는 여자는 전부 창녀라는 식으로 말한다.

 

이는 영화의 극적효과를 위해 감독이 과장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몇 해 전, 인도에서 버스 안에 탄 승객들이 한 여성을 집단 강간하는 일이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모든 인도인의 의식이 다 이런 것은 아니겠지만, 엘리트 계층이 아닌 많은 이들의 의식이 이런 수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나이나를 강간한 프라사드는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진다.

 

영화 <레이피스트>는 인도사회에서 남성들이 여성을 어떻게 대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에 7일과 8일 그리고 13일에 상영된다. 특히 8일에는 관객과의 대화(GV) 시간도 마련돼 있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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