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 내려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오페라 <갈대고기>가 지난 29일 저녁 8시, 고양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관객과 만났다.
갈대 속에서 많이 잡혀 ‘갈대고기’로 불리는 웅어(熊魚)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300년 전, 고양시 행주나루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웅어는 매우 귀해 임금만 먹을 수 있는 고기였고, 심지어 이를 따로 관리하는 관직까지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행주나루터에서 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유지하는 금원(정원영 분)은 어느 날, 요양을 위해 자기 동네로 이사 온 정 판서(강병주 분)의 딸 란사(신진희 분)와 가까워진다.
신분 차이를 뛰어넘어 란사와 친하게 지내던 금원은 그녀에게 웅어를 잡아 먹이면 건강이 회복될 것이라는 중(조윤진 분)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진다.
웅어가 어디에 많은지는 알고 있으나, 만약 자신이 국법을 어기고 웅어를 잡으면 석빙고에 갇혀 죽게 될 것이기 때문.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을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해준 란사를 위해 기꺼이 국법을 어기고, 웅어를 잡아 란사의 부모에게 건넨다.
평소 천한 금원이 자기 딸과 어울리는 것을 못 마땅히 여기던 정 판서조차 금원에게 “세상에 사람보다 법이 더 귀하냐?”며 자신이 보호해 줄테니 굳이 자수할 것 없다며 말린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라며, 법을 어겼으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만 란사에게 웅어를 먹인 것이 효험이 있다는 중의 말 때문에 금원은 자기가 웅어를 잡았다고 자수한다.
결국 그는 석빙고(石氷庫)에 갇혀 최후를 맞이한다.
이 작품은 그동안 ‘밥할머니 설화’ 등 고양시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창작활동을 해 온 엠파티아보컬앙상블이 고양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다.
그런 까닭에 지역색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처럼 고양시에서 공연할 때는 어울리지만, 전국을 대상으로 한 공연을 펼치기에는 대중성이 약한 것이 약점이라 할 수 있다.
고양시민에겐 꽤 재미있는 이야기임이 분명하지만, 타 지자체 시민들에게도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부분은 앞으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아무리 국법(國法)이 중요하다고 해도 사람의 생명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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