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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성전환자 엄마가 투사가 된 이유는?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1/11/09 [22:53]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법은 제정된 지 14년이 되었지만, 노인이나 성 소수자, 외국인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보수 기독교단체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면, 동성애를 인정해야 한다며 ‘남자 며느리’를 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은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활동하는 ‘나비’와 ‘비비안’이라는 두 엄마에게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그동안 이런 류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대부분 당사자에게 초점을 뒀던 것과 비교해 색다른 관점이라 할 수 있다.

 

34년차 소방공무원 나비(정은애 분)는 자기가 낳은 딸 한결이 남성으로 성전환을 하겠다는 말에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한결은 성 정체성보다는 그냥 가슴이 싫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샤워할 때도 가슴을 보기 싫어 불을 끄고 샤워한다고. 또 가슴 때문에 자신이 여성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싫다고 말한다.

 

처음엔 딸이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 그냥 투정을 부린다고 생각했던 나비는 자신이 성 전환 수술을 반대하자 한결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당한 것 같아 우울증에 시달리는 모습을 목격한다.

 

심지어 한결 씨는 우울증이 심해져 자살 충동을 느끼지만, 지금 죽으면 자신이 ‘여성’으로 죽는 것이 싫어 자살하지 않는다.

 

나비는 한결과 함께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참석한 후, 나만 이런 일을 겪는 게 아니구나 싶어 힘을 얻는다.

 

결국 한결은 2017년 10월 13일 가슴절제 수술을 받는다. 그리고 곧바로 법원에 성별 정정 신청을 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그는 ‘성장환경 진술서’를 써야 한다는 걸 알고는 구구절절 자신의 성 정체성을 설명해야 한다는 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어릴 적 부모의 강요로 치마를 입은 날이면 너무 절망스러웠다는 내용을 진술서에 적는다.

 

그렇게 총 18종에 달하는 신청서류를 2018년 10월 18일 법원에 제출한다.

 

이듬해 4월 11일 심문에 참석하기 위해 나비는 ‘자녀 성별 정정 법원 심문 참석’을 이유로 외출 신청을 한다.

 

나비는 어릴 적부터 한결이 여자로서 사는 것을 싫어했다고 진술한다. 하지만 법원은 가슴절제와 자궁적출은 했으나, 남성 성기가 없다는 이유로 한결의 신청을 기각한다.

 

이후 나비는 성 소수자 부모 자격으로 인천에서 열린 퀴어축제에 참석한다. 그리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들로부터 폭행을 당한다.

 

이 일로 그녀는 우리 아이가 이런 험한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 싶어 투사로 변모한다.

 

결국 한결 씨는 오래전, 엄마와 이혼한 자신의 생부를 찾아가 진술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해 2019년 10월 18일 드디어 법적으로 남자로 인정받는다.

 

또 다른 주인공인 비비안(강선화 분)은 아들 하나를 둔 27년차 승무원이다. 어느 날, 아들 예준이 식탁에 편지를 두면서 꼭 읽어보라며 자기는 잠깐 자리를 피하는 게 좋겠다고 밖으로 나갔다.

 

편지의 내용은 7년 동안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해 왔다며, 자신이 ‘게이’라고 쓰여 있었다.

 

비비안은 아들의 편지를 읽고 뭐라고 말할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우리 사회 현실을 생각해 보니 예준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몰라 그녀는 “이렇게 힘든 인생을 살게 낳아줘서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이게 다 부모인 자기 탓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예준은 한국보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게 조금 더 안전하겠지, 싶어서 캐나다로 유학 갔다.

 

비비안은 아들이 사는 캐나다 토론토로 가 함께 퀴어축제에 참가한다. 그녀는 아들과 함께 무지개 양말도 신고, ‘I LOVE MY GAY SON’(나는 게이 아들을 사랑합니다)이라는 피켓도 준비하는 등 최대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혼자 살던 예준 씨는 ‘동양적 인간관계’가 그리고 얼마 전 우연히 사귀게 된 남자친구와 같이 살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다.

 

아들의 남자친구가 집에 오면 어떻게 할까 수없이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지만, 막상 둘이 집에 와 꽁냥꽁냥한 모습을 보이자 한동안 비비안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동안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게이로 추정되는 손님도 여럿 봤고,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까닭에 제법 낯선이와 잘 어울리는 그녀였지만 그래도 아들이 남자친구와 애정행각을 벌이는 게 쉽게 적응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제법 적응해 나간다.

 

아들이 결혼 여부를 떠나 심적으로 의지하며 살아갈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이에 대해 비비안은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5년 전 처음 부모모임에 참석하면서 외로움과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아들이 게이라는 사실을) 주위에 알리면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 탓에)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게 됐다”며 “부모가 지지하면 당사자들이 더 활기차게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년이란 긴 시간 동안 이 영화를 만든 변규리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로 인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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