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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태어나 줘서 고마워”

영화 <브로커>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2/06/01 [11:47]

며칠 전 폐막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브로커>가 어제(5월 31일) 국내에서 기자들과 배급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개최했다.

 

일본의 유명 감독(고레에다 히로카즈)이 메가폰을 잡고, 한국 배우 송강호가 대한민국 배우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아서인지 그 관심은 대단했다.

 

극장 내 좌석 띄어 앉기 조치가 해제됐음에도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 여러 개의 관을 빌려 시사회를 진행해야 했다.

 

모든 관에서 시사회가 끝난 후, 총 406석 규모의 상영관에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는데 거의 모든 자리가 꽉 찼다. 한국 기자는 물론 미국이나 일본 기자도 간담회에 참석해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통상 2시에 열리는 기자시사회는 10분 후에 상영을 시작해 4시 10분쯤 영화가 끝나면, 무대 정리 등의 준비를 거쳐 4시 20분 전후해 기자간담회가 시작한다. 그리고 5시 즈음해(질문이 없으면 더 일찍) 마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어제 열린 <브로커>의 기자간담회는 5시 45분에 끝났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120분보다 10분 정도 더 긴 까닭도 있지만, 질문 세례가 끊이지 않아 통상의 기자간담회보다 2배나 더 긴 시간이 소요됐다.

 

이는 최근 극장 내 거리두기 해제와 더불어 영화 <범죄도시2>로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찾기 시작한 상황에서, <브로커>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우리 영화계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갓난아기를 불법으로 입양(사실 입양보다 거래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른다) 보낸다는 설정 때문에 칸국제영화제 공개 직후 해외 언론매체들의 반응이 극과 극을 달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런 논란은 불필요해 보인다. 이 영화는 ‘아이 거래’를 옹호하거나, 여기에 초점을 둔 게 아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부산에서 성매매 여성으로 살아오던 문소영(아이유 분)이라는 여성이 어느 날, 어떤 손님의 아이를 임신했다. 남자의 아내는 소영의 엄마에게 500만 원을 건네며, 소영이 아이를 낳지 말게 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소영은 끝내 아들 ‘우성’을 낳았다. 홀로 아이를 키우기 막막했는지 소영은 비가 거세게 내리던 어느 날 밤, 언덕 위에 위치한 어느 교회에서 운영 중인 베이비 박스 앞 바닥에 우성을 두고 떠난다.

 

그동안 아이 밀거래 현장을 잡기 위해 수사 중인 수진(배두나 분)은 이를 지켜보다가 소영이 떠나자 우성을 얼른 바닥에서 들어 올려 베이비 박스에 넣는다.

 

베이비 박스에 새로운 갓난아기가 들어오자 당직을 서던 동수(강동원 분)는 얼른 CCTV 영상을 지운 후, 우성을 상현(송강호 분)에게 넘긴다.

 

상현은 곧장 우성을 자신이 운영하는 세탁소로 데려가고, 수진은 이 형사(이주영 분)와 함께 상현의 뒤를 쫓는다.

 

날이 밝자 소영은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는 교회로 찾아와 어제 자신이 버린 우성을 돌려달라고 한다.

 

이에 동수가 시치미를 떼며 모르겠다고 하자, 소영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하려 한다.

 

그제서야 동수는 소영에게 실토한다. 소영은 동수와 함께 상현의 세탁소로 간다. 상현은 뻔뻔하게도 우성이 가지고 있던 쪽지에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적혀 있었는데, 그러면 100% 보육원으로 보낸다며 자기가 보육원보다 더 좋은 곳에서 자라도록 입양을 보내려고 했다고 말한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싶어 소영이 또다시 신고하려 하자, 상현은 ‘약간의 사례금’도 나온다고 말한다.

 

천만 원이라는 액수에 흔들린 소영은 동수, 상현과 함께 우성이의 새 부모를 찾기 위해 여정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상현과 동수, 소영, 우성 네 사람은 다양한 양부모 후보를 만난다. 하지만, 마치 아이를 물건 사듯이 할인해 달라느니, 할부로 해 달라는 사람은 물론 수진이 내세운 가짜 부부까지 매번 이상한 사람만 만나 매번 거래가 불발된다.

 

이쯤 되자 제발 우성이 ‘팔리길’ 간절히 원하는 건 동수나 상현, 소영이 아니라 수진이다. 그래야 아이 불법 거래 현장을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불법적인 일이 안 일어나게 제도를 정비하는 건 보건복지부가 할 일이라며, 자기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 수진은 급기야 소영에게 감형을 조건으로 내세워 우성을 ‘거래’하도록 독려한다.

 

이때부터 관객들은 과연 누가 악인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나중엔 수진 스스로도 이를 깨달았는지 “애를 가장 팔고 싶었던 건 나였나 봐”라고 말한다. 이에 후배 이 형사도 “우리가 브로커 같다”라며 받아친다.

 

극 중 이 형사 역을 맡은 이주영은 “이 형사 입장에서 소영과 동수가 선택을 하길 바랐냐?”는 질문에 이 형사와 수진은 같은 목적으로 브로커를 쫓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형사는 미혼모에 대한 제도 마련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기에 이들이 보호받길 원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영화 속에서 소영과 동수, 상현 그리고 동수의 보육원 후배 해진은 우성이 거래되기를 기다리며 매일 한 방에서 잔다.

 

그러던 어느 날, 방 안의 불을 끈 상태로 소영은 동수, 상현, 해진, 우성에게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태어나 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엄마가 없는 동수와 해진에겐 소영의 말이 엄마가 해주는 말처럼 들린다. 이에 해진도 소영에게 “태어나 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 영화가 말하려는 메시지는 기구한 운명인 소영이 불법으로 아기를 입양 보내는 걸 정당화하려는 게 아니라, 바로 이 지점인지 모른다.

 

이 장면에 대해 고로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대본을 쓰기 위해 보육원 출신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내가 태어난 게 과연 잘한 걸까?” 의문을 품고 사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한마디 해 주고 싶어서 소영의 목소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 소영 역을 연기한 아이유는 촬영 전까진 이 장면을 슬프게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굳이 슬프게 할 필요 없겠다 싶어서 담담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일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 간다>와 <어느 가족> 등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한국 제작사가 만든 한국 영화다.

 

이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처음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 간다>를 찍을 때 일본 입양 제도를 조사하다 베이비 박스에 대해 알게 됐고, 한국 베이비 박스에 아이가 버려지는 비율이 일본보다 10배가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송강호가 아이를 사랑스럽게 안고 있다가 팔아 버리는 장면이 떠올라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못하는 감독을 대신해 송강호는 그날그날 현장 편집본 영상을 감독과 함께 보면서 한국어의 뉘앙스나 잘못된 단어 등을 감독에게 조언해 줬다고 한다.

 

또 아이유는 극 초반 우성을 물건값 깎듯이 대하는 부부에게 찰지게 욕하는 장면에서 감독에게 한국식 욕으로 바꿔도 되는지 허락받은 후 대사를 고쳤다고 말했다.

 

비록 감독과 배우들의 언어는 다르지만, 생명이라는 주제는 비단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 <브로커>는 오는 8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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