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얼굴>은 다운증후군 때문에 딱히 사회에서 할 일이 없어 집에서 상상 속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뜨개질이나 하던 정은혜 씨가 우연히 엄마의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캐리커처 작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재능을 발견하고 2013년부터 그림을 배운 후, 2016년부터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 셀러로 참여해 사람들에게 캐리커처를 그려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1점을 그리는데 2시간이나 걸리고, 고작 5천 원밖에 안 받아 같이 간 부모님과 밥만 사 먹어도 마이너스가 났지만, 자꾸 그리다 보니까 실력도 늘고, 고객도 늘고, 그리는 속도와 작품값도 오르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안 예쁘게’ 그려주지만, 그녀만의 시각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이젠 꽤 인기 있는 셀러가 됐다.
고객들은 물론 옆에서 다른 물건을 파는 셀러들까지 줄 서서 그녀에게 캐리커처를 그려달라고 한다.
지금껏 4천여 명의 캐리커처를 그려줬고, 모두 ‘완판’됐으니 작가로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18년에는 그때까지 그린 1,700명의 캐리커처를 모아 자신이 번 1,600만 원의 수익금으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즈음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은혜 씨에게 ‘제대로 돈 주고’ 공단에서 만들 단행본에 들어갈 삽화 30컷을 의뢰하기도 했다.
비록 계산이 서툴러서 5만 원을 받고, 얼마를 거슬러줄지 몰라 계산기를 한참 두들긴 후에 꼴랑 15,000원을 거슬러 주지만(원래는 35,000원을 거슬러 줘야 한다), 그리고 “예쁘게 그려주세요”라고 말하면 “아휴, 예쁘신대요. 뭐”라고 해 놓고 안 예쁘게 그려주는 그녀이지만, 그녀를 찾아오는 고객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편견 없이 대한다.
심지어 다른 셀러들은 그녀의 장애를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과 동등한 셀러로 대하며 같이 술도 마시고, 농담도 주고받는다.
유일하게 은혜 씨를 작가가 아닌 ‘장애인’으로 대하는 사람은 옆에서 보조를 해 주는 그녀의 엄마뿐이다.
엄마도 원래 그림을 사람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은혜 씨의 화풍을 좋아해 찾아오는 만큼 얼굴을 크게 그리던, 작게 그리던 그냥 알아서 그리게 놔두면 될 텐데 옆에서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한다.
이는 자기 딸을 작가가 아닌 다운증후군 장애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태도가 다소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이 영화는 최대한 ‘작가 정은혜’의 밝은 모습에 초점을 두고 편집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흔히 장애인이 주인공인 작품과 달리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하다.
원래 재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을 보인 후, 바로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그즈음 은혜씨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캐스팅되면서, 드라마 방영 전까지 은혜 씨의 존재가 베일에 싸여져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으로 개봉을 미뤘다.
드라마를 본 후, 그녀에게 관심이 생긴 관객들에게 어떻게 ‘니얼굴 작가 은혜 씨’가 탄생하게 됐는지 설명하는 작품이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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