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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진짜 우영우’를 만나다

다큐멘터리 영화 <녹턴>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2/08/10 [21:51]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높다. 이 드라마에 대한 평은 대체로 둘로 갈린다.

 

비장애인 시청자들은 “재미있다”고 하고, 장애인이나 그 가족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한다.

 

혹자는 뭔 드라마를 이렇게 진지하게 볼 일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도 좋은데, 그러려면 더 ‘정확하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에선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이 천재로 묘사된다. 전화번호부를 통째로 외우더니(영화 ‘레인맨’) 이젠 법전을 통째로 외워 변호사가 되기도 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법전을 달달 외우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라면, 법제처 홈페이지에서 검색만 빨리할 수 있으면 아무나 해도 되는 직업 아닐까?

 

여러 논리로 중무장하고,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며, 돌발변수에도 대처해야 하는 게 변호사인데 솔직히 말해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이 그러긴 쉽지 않다.

 

지난 9일 오전, 용산 CGV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녹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손민서 씨는 “(드라마) 후반부엔 이해가 안 돼서 9회부턴 안 본다”며 “우영우는 판타지이고, 우리(<녹턴>의 주인공 은성호 씨와 가족들을 지칭)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녹턴>은 2008년 SBS의 한 PD가 ‘SBS 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인 피아니스트 은성호 씨를 만나 촬영한 것을 편집해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무려 11년 동안의 이야기가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작품 속 성호 씨는 다 큰 성인이지만, 여전히 엄마가 머리도 감겨주고, 면도도 해 준다.

 

이런 모습에 동생 건기 씨는 엄마가 자신은 뒷전이라는 생각에 엄마와 형을 미워한다.

 

엄마가 형한테 쏟은 지극정성을 자기한테 쏟았으면, (비장애인인) 자신은 더 잘 됐을 것이라고 생각해 차라리 내가 형과 처지가 달랐으면 좋았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형이 밉지는 않다면서도, 성호 씨에게 한 번도 제대로 ‘형’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옆에서 말이라도 걸면 버럭 화를 낸다.

 

머리도 엄마가 감겨주는 성호 씨지만, 그는 날짜 같은 걸 아주 잘 기억한다. 처음 감독과 만난 날짜는 물론, 동생이 자기를 때린 날짜까지 몽땅 외우고 있다.

 

그냥 날짜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그때의 상황까지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보니 가끔씩 동생이 자기를 언제, 어떻게 때렸는지가 떠 올라 이상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는 엄마는, 건기 씨가 사과하면 그나마 좀 무뎌질까 싶지만 이미 한 번 성호 씨 머리에 각인된 상처는 쉽게 낫기 힘들어 보인다.

 

엄마는 동생에게 나중에 내가 죽으면 유일한 가족인 네가 형을 돌봐야 한다고 말하지만, 건기 씨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물론 형이 어디 시설에 입소하면 어디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고, 가끔 챙기긴 하겠지만, 18살 때부터 독립해 혼자 살고 있는 자신이 굳이 형을 책임지고 싶진 않다.

 

그런 형제가 2017년 12월, 러시아 상트페테스부르크에 가 같이 공연을 한다.

 

늘 성호 씨와 붙어 다니던 엄마 없이 형제만 출국한다. 건기 씨는 엄마처럼 형의 수염을 직접 깎아주진 않지만, 혼자 면도해 보라며 옆에서 턱을 좀 들라는 등 코치를 해 준다.

 

엄마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형을 보살피는 모습을 보며, 건기 씨가 형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엄마와 방식이 달라 서로 의견충돌이 있었던 것이구나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성호 씨는 클라리넷(그는 피아노, 클라리넷,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다.), 건기 씨는 피아노 연주를 같이 하면서, 건기 씨는 ‘드디어’ 형과 대화가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동안 성호 씨는 엄마가 읊어주는 대로 건기 씨에게 말을 걸었고, 그런 모습을 보며 건기 씨는 이게 무슨 대화인가 싶어 매번 형에게 꺼지라며 화를 냈었다.

 

하지만, 말이 필요 없는 음악을 통해 형제는 비로소 대화를 나눈다. 어쩌면 그것이 음악의 힘이 아닐까 싶다.

 

이에 대해 성호 씨는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에게 음악이 어떤 의미인지를 묻자 “음악의 시간의 예술”이라는 철학적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극 중에선 형제가 러시아에 다녀온 후, 동생의 태도가 변한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건기 씨는 기자의 질문에 “딱히 심경이 변한 건 없지만, 나이가 들고, 따로 살다보니 변했을 수 있다”며 “그냥 엄마는 엄마가 좋아하는 일(형을 음악가로 키우는 일)하게 놔두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또 그는 가족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며, “그냥 신경 쓰이는 사람들일 뿐, 가족의 끈끈함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쩌면 이런 건기 씨의 태도는 장애인 가족으로서 갖게 되는 지극히 평범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보통 장애인 형제가 있는 집에서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장애인 자녀를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둘 다 어릴 땐 둘 다 챙기지만, 어느 한 명이 자기 스스로 옷도 입고, 밥도 먹을 정도만 되면 자연스레 관심을 덜 두게 된다.

 

당연히 부모의 이런 태도에 비장애인 자녀는 소외감을 느낀다. 나도 아직 어린데, 왜 나한텐 관심이 없지. 특히 극 중에서처럼 비장애인 자녀가 동생이라면 아니 내가 더 어린데, 왜 난 안 챙겨주지 싶어 서운하다.

 

장애인 형제의 장애인으로서의 한계야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다 해줘야 하나 싶어 이럴려면 나는 왜 낳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차라리 장애인 형제가 없었다면 더 좋았을 걸 생각하는데, 부모는 속도 모르고 나중에 내가 세상 떠나면 네가 대신 책임져야 한다며 부담을 준다.

 

그런 상황에서 건기 씨와 같은 반응은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선 이런 모습이 잘 안 나온다.

 

로펌 입사동기 1명을 제외하곤, 그의 아빠부터 로스쿨 동기, 로펌 상사, 직원 등 우영우 주변인들은 다 좋은 사람뿐이다.

 

게다가 곤란한 상황에서 우영우가 “아!” 외치는 순간 눈앞에 고래 한 마리가 나타나고, 그녀는 거기서 힌트를 얻어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성호 씨는 드라마 속 우영우와 달리 기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해 옆에서 엄마가 이리저리 돌려서 쉽게 질문을 풀어주고, 그래도 선뜻 대답하지 못하면 옆에서 엄마가 읊어주는 대로 답했다.

 

물론 그도 동생이 자기를 때린 날짜와 상황까지 기억할 정도로 비상한 암기력을 지니긴 했으나, 드라마 속 우영우와는 딴판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그의 엄마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판타지일 뿐이라고 했으리라.

 

‘진짜 우영우’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다큐멘터리 영화 <녹턴>을 보길 바란다. 오는 18일 개봉.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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