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딱히 둘 다 부모의 도움을 받을 처지가 아니다 보니, 낮엔 고운이 우림을 들춰 엎고 분양 광고 전단지를 돌리고, 한결은 종일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니 당연히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집 구할 처지는 안 되고, 그렇다고 갓난아이를 데리고 노숙할 수도 없으니 찜질방을 전전하며 하루하루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고운이 잠깐 분유를 타러 자리를 비운 사이에 우림이 사고를 당한다.
고운은 더 이상 아이를 찜질방에서 키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갑자기 한결이 잘 아는 할머니가 한 달 동안 미국에 가면서 집을 봐 달라고 했다며 어느 집으로 데리고 간다.
뭐 살짝 미심쩍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를 찜질방에서 키우는 것보단 낫겠다는 생각에 고운은 좋아한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시간이 흐르고, 고운은 2층에 잠긴 방에서 물이 흥건하게 흘러나오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남편의 말을 어기고 열어 본다.
결국 고운은 이 집의 사정을 파악하고, 본격적으로 이 집에서 살 준비를 한다.
영화 <홈리스>는 살 집이 없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의식주(衣食住) 중 하나인 ‘주거’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극 중 고운과 한결은 ‘살 곳’이 없다.
자기 집이 없을지언정 요즘 살 곳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아무리 정부나 지자체에서 이런저런 공공 주택을 공급해도 언제나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어린아이까지 있는 부부가 살 곳이 없어 매일 1인당 1만원을 내면서 찜질방을 전전한다. 아이는 무료라고 해도 매월 숙박비 60만원이 소요된다.
영구임대아파트에 살면 매월 몇 만원만 내도 되는데, 집다운 집도 아닌데(소음과 불빛 때문에 고운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다) 지출이 너무 과하다.
가뜩이나 넉넉지 않은 형편에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기보다는 점점 더 나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보다 더 촘촘하게 짜여야 한다.
최근에도 수원에서 세 모녀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회안전망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도록 짜여 있었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모든 국민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최소한 의식주 해결에 있어서 아무런 걱정이 없는 사회. 그런 사회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영화 <홈리스>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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