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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나만의 공간 찾아가는 여정 그려

다큐멘터리 영화 <다섯 번째 방>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2/09/26 [21:01]


찬영의 아버지(전성 분)는 한때 잘 나가던 소파 가게 사장이었으나, 사업이 망해 지금은 집에서 팬티 한 장 달랑 입고 생활하면서 가끔 아내의 차를 닦아주고 담뱃값으로 돈 만 원씩 받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문옥이 분)는 자신이 쓰던 가장 큰 방을 며느리인 찬영의 엄마(김효정 분)에게 내어줬다.

 

효정에게 드디어 본인만의 방이 생겼지만, 수시로 남편과 시어머니가 불쑥불쑥 들어와 내 방이지만, 내 방 같지 않은 생활을 하자 그는 2층으로 방을 옮긴다.

 

프리랜서 상담사인 효정은 2층에 자기 만의 독립된 공간을 확보한 후 너무나 좋아한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의 시어머니가 손녀인 전찬영 감독의 카메라 앞에서 나중에 이 집 지분의 1/4을 큰딸에게 주라고 선포할 것이라고 말하자 이를 전해 듣고 서운함을 느낀다.

 

여지껏 30년 동안 이 집에서 살고 있는 효정에게 시어머니가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이 홀로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서운한 효정은 시어머니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

 

이후 그녀는 양성평등진흥원에서 가정폭력 예방 강사로 일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무감각하게 지나갔던 남편의 행동이 가정폭력인 걸 알고 아이들과 함께 남편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녀는 남편에게 절대 술 먹고 2층에 올라오지도 말라고 하지만, 남편이 또다시 술에 취해 밤에 효정의 방을 쿵쿵 두드리자 그녀는 ‘안전한 집’을 찾아 독립한다.

 

그렇게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독립된 생활을 하게 된다.

 

이번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선을 보이는 다큐멘터리 영화 <다섯 번째 방>은 전찬영 감독이 직접 자기 부모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 완성한 작품이다.

 

전작에서 아버지에 대해 다룬 전 감독은 이번엔 그 대상을 어머니로 옮겼다.

 

여전히 이번 작품에서도 전 감독의 아버지는 나쁜 사람처럼 묘사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는 게 전 감독의 말.

 

그는 26일 열린 관객과의 대화(GV)를 통해 24시간 촬영하다 보니 가족들이 힘들어했고, 찍으면서도 이걸 과연 쓸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며, 영화 속 자신과 실제의 자신을 분리해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또 극 중 엄마의 모습 역시 본인이 해석하는 엄마의 모습일 뿐이라며, 처음 촬영을 거부하던 엄마도 지난 토요일 영화제에 와서 처음 본 후에 유해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8년부터 촬영했는데 마지막에 엄마가 집을 나가면서 끝나면 좋겠다 싶었는데 엄마가 선뜻 안 나가 마음 졸이기도 했다며, 엄마의 독립이 아빠와의 불화 때문이 아니라 독립된 공간을 위해 나가는 걸로 보여지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 관객들 개개인의 마음 속에 드는 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다섯 번째 방>은 지난 24일과 오늘(26일)에 이어 28일 한 차례 더 상영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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