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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장애와 안락사 생각하게 해

영화 <나를 죽여줘>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2/10/17 [23:21]


장현성, 이일화 주연의 영화 <나를 죽여줘>는 극작가 브레드 프레이저의 웰메이드 연극 <킬 미 나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연극 <킬 미 나우>는 캐나다 초연 이후, 미국과 영국, 체코 등에서 공연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초연에 이어 2017년과 2019년에도 무대에 올렸다.

 

장애와 성(性), 안락사 문제를 다룬 이 작품을 최익환 감독과 배우 이일화가 함께 본 후, 이를 영화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브레드 프레이저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냈고, “너 돈 있냐?”는 답장을 받은 후 “돈(제작비) 있다”고 답하면서 영화화가 진행됐다.

 

아직 개봉 전이지만, 이미 시드니월드필름페스티벌 최우수 서사 장편영화상, 뮌휀필름어워즈 최우수 장편영화상, 부다페스트독립영화제 최우수 장편영화상 등 해외 영화제에서 7관왕을 거머쥐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민석(장현성 분)은 같은 반 여자애가 “괴물 같다”라며 얼굴에 침을 뱉었다며 화가 난 중증장애인 아들 현재(안승균 분)의 화를 풀어주려 하지만, 단단히 삐쳤는지 현재는 “나 같은 괴물을 좋아할 여자가 있을까?”라고 아빠에게 말한다.

 

아빠는 사춘기인 현재가 거친 말도 쓰고, 성에 관심도 많아 걱정이다.

 

현재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들도 보통의 아이들처럼 똑같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낯설어한다.

 

15년 전 사별한 민석은 현재를 여동생(김국희 분)에게 맡기고, 애인(이일화 분)을 만나러 간다.

 

두 사람은 모처럼 회포를 풀고, 마침 현재가 열이 있다는 말에 급히 집으로 돌아간다.

 

이 밤에 오빠가 축구시합 하고 온 줄 아는 동생은 현재에게 연애라도 하라며, (행여 오빠가 외로움에) 잘못된 선택을 할까 걱정한다.

 

이에 민석은 나한테는 중증장애인 아들이 있다며, 현재를 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일이 없음을 강조한다.

 

한편, 현재의 새로운 활동지원사 기철(양희준 분)은 현재에게 짓궂은 장난도 치고, 현재의 고모에게 집적거리기도 하지만, 현재를 다른 비장애인들 대하듯 대한다.

 

이에 현재는 기철에게 마음을 열고, 둘이 독립해서 살면 장애인 수당에 활동보조비에 나름대로 생활비는 충분할 거라는 기철의 말에 현재는 아빠에게 독립을 선언한다.

 

아들의 독립 선언에 민석은 대체 왜 그러냐고 묻고,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는 말에 뭐라고 대꾸도 못하고, 현재의 완강한 태도에 다투다가 계단에서 구른다.

 

병원에 간 민석은 경추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지만, 현재가 걱정할까 봐 서둘러 퇴원한다.

 

몸이 안 좋아진 민석은 현재에게 나가서 사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픈 아빠를 두고 그럴 수는 없어 현재는 싫다고 거절한다.

 

민석은 현재에게 만약 네가 원하면, 아빠 몸이 더 나빠지기 전에 자위행위를 도와주고 싶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민석의 몸 상태가 더 나빠져 장애등급 판정을 받자 강의 중이던 학교에서 잘린다.

 

두 부자를 돕기 위해 장애인시설에 입소해 있는 기철이 민석의 집에 들어와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민석의 애인이 집으로 찾아오자 민석은 좋으면서도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창피해 피한다. 현재는 수원에게 꼭 다시 와 달라고 부탁한다.

 

기철은 현재 고모 하영에게 민석의 몸이 점점 굳어가고 있어서 앞으로 현재의 자위를 못 도와주게 되면, 고모가 대신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잠시 후, 민석이 갑자기 쓰려져 병원에 실려 간다. 약으로 연명하는 수준에 이르자, 기철은 현재에게 언제까지 아빠랑 살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민석은 고통이 심해지자 수원에게 죽고 싶다면서도, 자살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현재는 아파서 괴로워하는 아빠에게 안락사는 어떠냐고 묻는다.

 

민석은 몸이 아픈 건 괴롭지만, 너한테 그런 짐을 지우기 싫다고 말한다.

 

온 가족이 모여서 나가려다 민석이 갑자기 발작 증세를 보인다. 현재는 아빠가 병원에 가기 싫다고 했던 말을 상기시키며, 구급차를 부르지 말라고 말한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민석은 바지에 실수하고, 현재에게 씻겨 달라고 말한다.

 

아빠랑 같이 욕실에 들어간 현재는 아빠의 뜻을 파악하고 진통제를 통째로 건넨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면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영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선 노말라이제이션(normalization; 우리말로 ‘정상화’라고 번역하지만, 장애인을 ‘정상’으로 만든다는 개념으로 오해할 수 있어 원어 그대로 사용한다. 편집자 주)에 대해 알아야 한다.

 

노말라이제이션은 쉽게 말해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이 일상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이다.

 

예컨대, 비장애인은 아침에 일어나 샤워하고, 옷 입고, 밥 먹고, 출근 혹은 등교한다. 장애인 역시 아침에 일어나 샤워하고, 옷 입고, 밥 먹고, 출근 혹은 등교할 수 있게 한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장애인 스스로 옷을 못 입을 수도 있다. 그러면 혼자 옷 입을 수 있도록 보장구를 개발하거나 혹은 활동지원사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꼭 샤워하고, 옷 먹고, 밥 먹고, 출근 혹은 등교하는 걸 장애인 스스로 다 하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런 의미로 해석할까 봐 ‘정상화’라는 단어 대신 ‘노말라이제이션’으로 표기한 것이다.

 

노말라이제이션 관점에서 보면, 혼자 옷 입기를 못하는 장애인의 옷을 대신 입혀주는 것이나 혼자 자위를 못 하는 장애인의 자위를 도와주는 것이나 같은 개념이다.

 

비장애인은 자연스럽게 자기의 욕구 충족을 위해 자위를 하는데, 손 사용이 힘든 장애인은 혼자서 하기 힘드니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일 뿐 그게 밥 먹는 걸 도와 달라고 하거나, 옷 입는 걸 도와달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게 보면, 극 중 민석이 곧 성인이 되는 아들 현재를 목욕시키면서 발기(勃起)하는 것을 보고, 혹시 원하면 아빠가 자위를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것이 외설적이거나 이해 못할 행동도 아니다.

 

그리고 민석이 장애인이 된 후, 아들의 자위를 더 이상 도와주지 못할 지경에 되자 기철이 민석의 고모에게 자기는 도와주기가 좀 꺼려진다며, 고모가 도와주면 어떠하냐고 제안하는데 이는 고모를 성희롱하기 위함도 아니고, 고모를 당황케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고모가 앞으로 현재 밥 먹여주면 어때요?”와 같은 차원의 말이다.

 

영화 속에서 중증장애인 현재 역을 맡은 안승윤은 영화의 배경인 춘천에서, 장애인들을 많이 만나면서 그들을 따라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보여주는데 초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그의 연기는 마치 백인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흑인 연기를 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거나 모욕감이 들지 않고, 자연스럽다.

 

그래서일까? 해외에서 먼저 이 영화를 본 감독들이 “그 장애인 배우 캐스팅 어떻게 했냐?”고 물을 정도로 그를 실제 장애인 연기자로 착각하는 일이 잦다고.

 

참고로 현재 안승윤은 일반학교 특수학급에서 사회복지요원으로 군 복무 중이다.

 

또,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극 중 수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녀는 직업군인 남편을 둔 유부녀다.

 

언젠가 우연히 민석의 작품을 읽고 팬이 돼, 서로 가깝게 지내는 사이가 됐다.

 

관사에 따로 사는 남편과의 관계가 그리 좋지는 않다. 그냥 가끔 부부동반 모임이 있거나 할 때 옆을 지켜주는 정도의 사이다.

 

꽃집을 운영하는 수완은 외롭고, 일상이 힘들다. 그런 그녀에게 힘이 되는 건 가끔씩 찾아오는 민석이다.

 

물론, 가끔 민석과 ‘뜨거운 밤’도 보내는 게 사실이지만 불륜이 목적이라기보다 외로움을 달래고, 지친 일상에 활력을 얻기 위함이다.

 

그렇게 바라보면 무조건 두 사람의 모습이 비정상적이고, 혐오스럽게 보이진 않는다.

 

장애인의 성과 안락사, 장애인 자립생활 등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영화 <나를 죽여줘>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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