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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설
[사설]"레지로 팔아도 되겠죠?"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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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0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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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러 부산에 간 적이 있다. 강의 후 날 초청한 기관의 실무자들과 같이 식사 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여자 과장이 대뜸 "우리 (여자) 직원들 예쁘죠? (다방) 레지로 팔아도 되겠죠?"라고 물으며 웃는다.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만약 똑같은 말을 남자가 했더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니, 이건 뭐 웃어넘기기도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버럭 화를 내기도 애매해 가만히 있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이른바 미투(me too) 운동을 통해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당당히 밝히는 여성들이 늘어나, 우리나라도 연예계에서 몇 명이 자신이 당한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이러한 성범죄를 법으로 다스리는 검찰 조직에서 조차 여검사를 동료 검사로 대하기는커녕 희롱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 검사에게 한 유부남 선배는 "네가 여자로 보인다. 큰일 났다"고 했다고 하고, 한 후배는 차를 태워주자 "안아줘야 내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 한 부장 검사는 "너 덕분에 도우미 비용 아꼈다"고 했다고 한다.


3가지 다 입 밖으로 내선 안 될 말이지만, 남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생각해서 앞의 두 발언은 예쁘다는 표현을 과하게 했다고 이해(?) 할 수도 있지만 마지막 발언은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봐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여자 검사도 남자 검사와 똑같이 사법시험에 붙고, 사법연수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검사가 된 사람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도우미 취급 받아도 되는 존재는 아니다. 남자 검사랑 똑같은 능력을 지닌 한 명의 검사로 바라봐야 한다. 여자라고 사법연수원 성적이 나쁜데도 검사가 됐을리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모든 검사가 다 권위적이고 남성우월주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상상력을 발휘해 보면, 처음 검사에 임용된 선배들과 룸살롱에 가서 술도 마시고 자연스레 여성 접대부와 동석도 하면서 무슨 말을 하든지 어떤 행동을 하든지 아무런 반항도 못하는 접대부의 모습을 보면서 여자는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 남자의 쾌락을 위한 존재라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5년차, 10년차 검사가 되어 갈수록 처음 사법시험에 붙었을 때의 뜨거운 정의감은 희석되고, 동료인 여자 검사조차 나보다 못한 존재 내지 함부로 해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서지현 검사를 희롱한 검사들은 이러한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자연스레 몸에 밴 탓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2일 검찰을 비롯한 산하기관에 대해서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조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위 '힘 있는 기관'에 근무하는 남성들의 그릇된 성 인식을 바로 잡는 것이다.


특히 남성들이 자연스레 여자를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함부로 대하게 되는 룸살롱 문화를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


일부에서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두고, 여러 말들이 많은데 모두 차치하고라도 이번을 계기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대접받는 사회가 확산되길 바란다.


덧붙여 이 기회에 여성가족부의 이름을 영문 이름 그대로 풀어쓴 '성 평등 및 가족부'로 바꿔 우리사회에 성 평등을 실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디컬쳐 이경헌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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