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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너와 나 아닌 ‘우리’

영화 <나의 올드 오크>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4/01/05 [20:50]


1984년 당시 영국 마가렛 대처 총리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국영 탄광을 폐쇄하고, 2만 명에 달하는 광부를 해고했다.

 

이에 광부들은 노조를 결성해 2년간 대규모 파업을 했으나, 결국 국가의 승리로 마감했다.

 

영화 <나의 올드 오크>는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2016년, 영국 북동부 폐광촌에 시리아 난민들이 오면서 일어나는 갈등과 화합을 다룬 작품이다.

 

폐광이 되면서 자신들의 삶이 달라진 주민들은 시리아 난민들이 이주해 오자, 정부에서 자기들과 소통도 없이 이러는 법이 어디 있냐며 강하게 적개심을 드러낸다.

 

게다가 한 회사가 현지에 와 보지도 않고 인터넷 경매로 집 4채를 사들였는데, 심지어 자기들이 산 가격의 1/5로 샀다는 말에, 시리아 난민 때문에 동네가 안 좋아졌는데 투기꾼 때문에 더 안 좋아졌다며 ‘더 올드 오크’라는 술집에 모여 성토대회를 연다.

 

그 와중에 카메라를 부순 사람의 신원을 묻기 위해 시리야 난민인 야라가 방문하자, 주민들은 낯짝도 두껍게 감히 여기 들어오느냐며 수근 거린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야라를 눈여겨본 TJ가 자기가 카메라를 고쳐주고 싶다며, 삼촌의 오래된 카메라 2대를 팔기까지 한다.

 

TJ처럼 시리아 난민을 돕는 이도 있지만, 자기 딸이 아파서 집에 데려다 주러 가니까 “왜 외국인이 내 집에 들어오느냐”며 내쫓는 사람도 있다.

 

주민들이 시리아 난민을 싫어하는 이유는 폐광으로 자기들 삶도 힘들어졌는데, (난민들과) 함께 나눌 처지가 아니라는 게 표면적 이유.

 

이에 야라는 마을사람 모두 모여서 밥을 먹으면 친해질 거라고 생각해, TJ에게 더 올드 오크의 작은 방을 사용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TJ는 자기를 망신 주려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대한다.

 

야라는 TJ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지만, 얼마 후 TJ가 키우던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그에게 말보다 음식이 더 큰 위안이 될 것 같다며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한다.

 

이에 TJ가 마음을 돌리지만, 믿었던 친구들의 배신으로 행사를 열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난민들과 주민들의 화합이 물거품 되나 싶던 참에, 얼마 후 함께 시리아를 탈출하지 못한 야라의 아빠가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에 모든 주민들이 야라의 집을 찾아 조문하면서 비로소 하나가 된다.

 

이 영화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미안해요, 리키>를 만든 폴 래버티 감독의 영국 북동부 지역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그는 폐광이 되면서 방치된 영국의 북동부 지역의 현실을 보고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폐광 이후 학교와 상점 등이 문을 닫았고, 마을을 떠난 이들도 있으나, 그런 가운데서도 여전히 30년째 마을에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의 방식이나 의식은 분명 과거와 달라졌을 것이다.

 

마가렛 대처의 폐광 결정에 맞서 노조를 결성해 함께 투쟁하던 당시의 연대 정신은 사라지고, 이제는 연대의 힘을 잃은 채 스스로 투쟁하면서 “사회란 없다”라는 구호 아래 기업 숭배 의식을 갖게 됐다.

 

그러니 그들은 전쟁을 피해 타국으로 도망 온 시리아 난민을 지지하고 연대하지 못한 채,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들다며 배척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마을사람들이 모두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 역시 과거 국가에 의해 삶을 송두리째 뿌리뽑힌 피해자다.

 

우리나라 최초로 신용카드 개념이 도입된 건 바로 강원도 탄광촌이었다. 당시 광부들의 임금은 꽤 높았는데, 탄광 회사에서 이들에게 식권을 지급했고, 그 식권으로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한 달 후 회사가 식대를 지급했다.

 

어차피 광부의 임금이 높아서 돈 떼일 일이 없어서 식당들은 이들의 ‘신용’을 믿고 기꺼이 밥을 내어줬다.

 

당연히 탄광촌 주변엔 광부들과 탄광 때문에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탄광이 폐쇄되면, 광부들만 직장을 잃는 게 아니라, 광부를 대상으로 영업하던 식당, 광부의 옷을 세탁하던 세탁소, 광부의 자녀들이 다니던 학교와 학원 등 마을 전체가 소득이 사라지게 된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정부의 발표로 갑자기 폐광촌이 되어 버린 곳에서 여러 이유로 여태껏 마을을 떠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주민들이 마음에 여유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저들의 행동이 이해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자체가 나쁜 사람들은 아니기에 비록 얼굴은 못 봤지만, 우리 이웃의 아빠가, 남편이 죽었다는 말에 모두 위로를 건넨다.

 

사실 남의 나라 전쟁은 나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밀 수입량이 줄어) 우리나라 빵값이 오르긴 했으나, 그렇다고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거나, 국제사회와 연대해 러시아를 성토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같은 학교에 다니는 우크라이나(에서 유학 온) 학생이 전쟁으로 가족을 잃었다고 하면, 그건 내 친구의 이야기가 되기에 같이 슬퍼할 것이다.

 

영화는 바로 이 부분을 얘기하고 있다. 처음 정부에서 상의도 없이 난민들을 데려오니 왜 런던의 부촌엔 안 데려가고, 우리 동네에 데리고 오나, 우리 동네가 만만하다는 건가 싶어 그 화를 난민에게 돌리던 이들도, 야라가 찍은 자기들의 사진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야라의 아빠가 죽었다는 소식에 같이 슬퍼하면서 비로소 하나가 된다.

 

우리나라는 대대로 ‘단일민족’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 몇 해 전 시리아 난민들이 우리나라에 오는 것을 대놓고 반대했다.

 

그러나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 ‘단일민족’ 외에 ‘지구촌’이라는 단어도 있다. 비록 나라 사이에 국경은 있지만, 우리 모두 지구라는 별에 사는 지구인이다. 때문에 지구가 하나의 마을이라 할 수 있다.

 

지구인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여행도 하고, 거주지를 옮길 자유도 있다. 꼭 출신 국가를 따져가며 구분 지을 일이 아니다.

 

난민이든 아니든, 똑같이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다.

 

자꾸 ‘혈통’만 강조하면, ‘인종청소’를 단행한 히틀러처럼 된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나의 올드 오크>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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