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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인연’이라는 소재에 서양에서 극찬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4/02/29 [10:45]


새벽 4시, 미국의 한 술집에서 동양인 남자와 여자 그리고 백인 남성이 나란히 앉았는데, 백인 남자는 말 한마디 안 하자, 대체 무슨 사이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바에 앉은 동양인 남녀가 무슨 사이인지 보여주기 위해 곧바로 24년 전으로 화면이 바뀐다.

 

절친인 해성과 나영은 영화감독인 아빠와 화가인 엄마를 따라 나영이 캐나다로 이민 가면서 헤어진다.

 

그 후 12년의 세월이 흐르고, 해성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 중이다. 그리고 나영, 아니 노라는 극작가가 돼 멋진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노라가 SNS를 통해 친구들을 찾아본다. 그러다 문득 해성이가 생각나 찾아본다.

 

노라의 아빠가 만든 영화 <넘버 11>(참고로 이 영화를 연출한 셀린 송 감독은 영화 <넘버 3>를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의 홍보를 목적으로 만든 페이지에 해성이 남긴 글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연락한다.

 

서울과 뉴욕에 사는 둘은 영상통화를 통해 오랜만에 만난다. 해성이가 “보고 싶었어”라고 하자, 노라가 “나도”라며 반가움을 표한다.

 

그렇게 둘은 영상통화를 이어가며 그동안 연락 못한 회포를 푼다.

 

다시 12년 후. 어느덧 노라는 결혼 7년 차이지만, 해성은 아직 싱글이다.

 

해성이 휴가차 뉴욕에 간다는 말에 해성의 친구들도, 노라의 남편도 이유를 궁금해한다.

 

그러나 정작 해성과 노라는 무덤덤하게 그냥 쉬러 가는 것이라고 답한다.

 

마지막 대화 후, 12년 만에 직접 만난 둘은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고, 그래서 “와” 소리밖에 안 나온다.

 

둘은 왜 해성이가 결혼 안 하는지, 12년 전에 해성이 노라를 찾은 이유, 결혼 전 노라가 남편과 어디서 데이트했는지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노라가 집에 와서 해성이가 찐한국인이라며 그에 대해 말하자, 남편이 “그래서 끌리냐?”고 묻는다.

 

노라는 그런 건 아니고, 컴퓨터로만 보던 애를 실물로 보니 좋았던 것뿐이라며, 12살 꼬마의 모습을 기대했는데 그건 아니었다고 말한다.

 

잠자리에서 남편이 노라에게 만약 우리가 안 만났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라며 이야기하는 게, 계속 해성이 신경 쓰이는 눈치다.

 

이에 노라는 “여기가 내 종착지”라며 남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노라와 노라의 남편, 해성이 바에서 만난다. 그 자리에서 해성은 노라에게 “이민 가기 잘 했다. 한국은 너에게 너무 좁은 나라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12년 전 우리가 만났다면, 그리고 어릴 적에 헤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궁금하다고 말한다.

 

이에 노라는 “네가 기억하는 나영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20년 전에 그 아이를 (한국에) 두고 여기로 떠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전생(past lives)에 우리는 무슨 사이였는지 몰라도, 이번 생에는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말한다.

 

전 세계 영화제에서 무려 75관왕을 달성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이 만든 자전적 영화다.

 

어릴 적 캐나다로 이민 간 송 감독은, 어느 날 오래전 친구와 남편이랑 셋이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미나리>처럼 이민자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극 중 주인공도, 감독도 이민자이지만, 이 영화는 ‘인연’에 대해 말한다.

 

24년 전, 해성의 인생에서 갑자기 절친 나영이 사라졌지만, 나영의 입장에선 나영이는 한국에 둔 채, 토론토로 이민 온 후 노라가 돼 새로운 삶을 살았기에 나영과 해성의 인연은 그냥 딱 거기까지였다고 생각한다.

 

제목은 ‘전생’이지만, 주제는 ‘인연’이다. 영화 속 노라와 해성은 ‘인연’을 의역하지 않고, 그대로 한국말로 ‘인연’이라고 발음한다.

 

 

이에 대해 송 감독은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성이와 나영이의 관계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어서 인연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썼다”라고 말했다.

 

그런 까닭에 해외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그동안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며, 한국어 그대로 ‘인연’을 말한다는 게 송 감독의 전언.

 

이렇듯 영화는 한국적인 소재를 담고 있다. 그래서 A24로부터 제안을 받은 CJ ENM이 공통 투자와 배급사로 참여하게 됐다는 게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의 설명이다.

 

한때 CJ ENM이 영화 투자를 접을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고 부장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각박한 환경에서도 계속 영화에 투자할 뜻을 내비쳤다.

 

또 극 중 성인 해성 역을 맡은 유태오는 “(이 영화는) 저한테는 인생을 바꿔주는 작품”이라며, 고 앞으로 연기에 있어서 인연이라는 요소를 캐릭터에 반영해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곧 개최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로 오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내달 6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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