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정체는 P.A.I.N.(처방 중독 즉각 개입)이라는 단체의 회원들로, 이런 퍼포먼스를 선보인 건 다름아닌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을 만드는 퍼듀 파머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FDA에 중독성 등급을 낮춰달라고 로비하고, 의사들에게 옥시콘틴 처방률을 높여달라고 한 까닭에 지금까지 20년 동안 미국 내에서 65만 명이 이 약의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새클러 가문은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학계에 거액을 기부하면서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다.
이에 1970년대 초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이자, 지난해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선정하는 ‘아트 리뷰 파워 100’ 1위를 차지한 낸 골딘이 P.A.I,N.의 멤버로서 미술관 앞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낸 골딘과 P.A.I.N. 회원들이 수 년에 걸쳐서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 루브르 등 새클러 가문으로부터 기부받은 미술관에서 시위하는 모습을 담았다.
앞서 말했듯 낸 골딘의 미술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까닭에 이들의 시위 4년 후에 메트로폴리탄의 7곳의 갤러리에서 ‘새클린’이라는 이름을 내리는가 하면, 루브르, 구겐하임 등도 새클린의 흔적 지우기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퍼듀 파마 측은 3천여 건에 달하는 소송을 피하기 위해 파산 신청을 했는데, 파산 신청 직전에 무려 104억 달러나 되는 거액의 회사 돈을 새클린 일가가 빼돌리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지식을 갖고 영화를 보면 내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지만, 배경지식 없이 그냥 본다면 낸 골딘이 왜 이런 활동에 동참하게 됐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그녀의 작품세계와 성장배경을 곁들여 내용이 뒤죽박죽 섞여 이 영화가 무얼 말하려는지 도통 감을 잡기 힘들다.
어떤 이는 자기의 영향력을 이용해 사적이익을 취하려고 하지만, 낸 골딘은 공익을 위해 자기의 영향력을 십분 활용하는 모습을 통해 힘을 어떻게 쓰는 게 올바른 것인가 생각해 보게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내달 15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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