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조기교육이 중요하다. 예절도, 수영도, 외국어도 어릴 때부터 배워야 몸에 배 잘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 아이들에게 놀 시간을 주지 않고, 하루 종일 학교에 학원을 뺑뺑이 돌린다.
아이들은 스트레스 없이 천진난만하게 뛰어놀아야 하지만, 학원에 가지 않으면 놀 친구를 만날 수 없을 정도로 아이들이 과도한 사교육에 시달리고 있다.
당연히 아이니까 프로처럼 잘할 수 없을 텐데, 넌 왜 손흥민 선수처럼 잘하지 못하느냐며 두들겨 팬다.
나도 커서 손흥민 같은 선수, 조수미 같은 성악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아이들이 이런 폭력에 노출되면, 꿈을 접지 않을까?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속 코세이는 어릴 적 엄마의 엄격한 조기교육으로 인해 한때 ‘인간 메트로놈’으로 불릴 정도로 완벽한 연주를 하는 꼬마 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콩쿠르에 나가 우승을 해도 코세이의 엄마는 칭찬을 하기보다 어떻게든 아이의 기를 죽이려고 들었다.
이에 코세이는 엄마에게 차라리 엄마가 죽으면 좋겠다며 대들었다.
그래서였을까? 진짜로 코세이의 엄마가 세상을 떠났고, 이게 다 자기 때문인 것 같아 죄책감에 코세이는 피아노를 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이 흘렀고, 어느 날 코세이의 친구 무리 앞에 나타난 첼리스트 카오리를 만난다.
카오리는 어릴 적 코세이의 연주를 보면서, 저 친구랑 같이 협연하고 싶다는 마음에 그때부터 첼로를 배웠던 터라, 코세이에게 자기가 콩쿠르에 나가게 됐는데 반주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다른 사람이 치는 피아노 소리는 들려도, 자기가 치는 피아노 소리는 들을 수 없게 된 코세이가 거절하지만, 카오리의 거듭된 부탁에 결국 같이 무대에 오른다.
아니나 다를까. 잘 연주하나 싶던 코세이가 갑자기 멈추고, 결국 카오리는 심사에서 제외된다.
코세이는 자기 때문에 카오리가 수상은커녕 심사조차 못 받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지만, 카오리는 관객들에게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 수상이 목적이 아니었다며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였을까? 주최 측에서 두 사람을 갈라콘서트에 초청한다. 이번에도 카오리의 거듭된 부탁에 코세이가 무대에 오르지만, 정작 카오리가 나타나지 않자 결국 코세이 혼자 연주를 시작한다.
이 작품엔 대학에 진학은 했지만,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해 속상해하는 와타리와 열심히 소트프볼을 했지만 대학 진학에 실패해 좌절하는 츠바키도 나온다.
이들 4명 중 유일하게 카오리만이 결과보다 과정을 즐긴다.
우리는 결과를 중시한다. 세상사가 수학문제처럼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결과만 놓고 따진다.
올림픽에 출전만 해도 대단한 건데, 왜 금메달을 따지 못했느냐며 비난한다.
심지어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다고 자국 선수들이 입국하는데 총을 쏴 죽이기도 한다.
모두가 금메달을 따고, 모두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 2등, 3등, 꼴등은 누가 할까?
‘이번에 골인 못 시키면 나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제아무리 손흥민이어도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가 없다.
그 자체를 즐겨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월드컵 결승전을 동네 조기축구 하듯이 즐겁게 임해야 우승할 수 있다.
비록 카오리는 콩쿠르에서 우승하지 못했지만,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정형화된 연주가 아닌 자기만의 색깔을 관객과 심사위원에게 보여준 게 중요하다.
아마도 그래서 심사조차 받지 못한 그녀를 갈라 콘서트에 특별초청한 게 아닐까?
내용상 멋진 연주가 내내 흐르고, 마지막에 카오리의 가슴 아픈 사연이 밝혀지면서 찡함도 선사하는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은 8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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