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는 전설적인 지휘자 세르주 첼리비다케의 공연이 틀어져 있다.
TV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소녀의 가슴에 깊게 새겨지고, 10년이 흐른 후 자히아 지우아니는 지휘자의 꿈을 꾼다.
1995년, 자히아는 파리의 교외 지역인 팡탱에 거주 중이다.
파리의 명문 음악 고등학교로 진학해 지휘자의 꿈을 이어가지만, 이민자 출신의 여자라는 이유로 외면 받기 일쑤다.
특히, 지휘자의 길은 더 힘들다. 바로 ‘여자가 지휘?’라는 반응 때문이다.
학교 수업도 만만치 않다. 남학생들은 그녀를 비웃고, 골탕 먹이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또, 대놓고 교외 거주와 이민자인 것으로 차별을 드러낸다.
그러던 중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세르주 첼리비다케의 눈이 들며 본격적인 지휘자의 길을 걸어간다.
하지만, 그녀가 가는 길은 어디에도 편견과 차별이 자리하고 있었고, 자신만의 특별한 오케스트라를 결성하기로 결심한다.
영화 <디베르티멘토>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라 자히아 지우아니와 동생 페투마 지우아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기 경험이 없더라도 실제 연주자를 캐스팅해 영화의 몰입감을 높였다.
실제 지우아니 자매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영화의 연주 지도를 맡았다.
클래식 음악은 엘리트 음악으로 인식되지만, 음악은 누구나 차별 없이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여성 지휘자가 당연히 많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당장 생각해 봐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2022년 기준 전체 지휘자의 6% 뿐이며, 프랑스는 단 4% 뿐이다.
자히아 지우아니도 이런 편견에 맞서야 했다.
인종, 성별, 태생까지 그녀가 넘어야 할 벽은 높고 많았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 모든 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음악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사람은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자히아의 대사처럼 음악의 열정과 최고의 실력은 결국 이 모든 편견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영화의 제목인 ‘디베르티멘토’는 지우아니 자매가 만든 오케스트라의 이름으로, 원래 18세기 중엽 유럽에 나타난 일종의 무도곡을 나타낸다.
가볍고 쉬운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디베르티멘토로 지은 이유도 다양한 음악을 쉽고 친숙하게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엘리트 음악이라고 엘리트들만 즐겨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출신과 성별로 차별받았던 그녀가 모두가 평등하게 클래식을 즐길 수 있다는 신념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불과 약 30년 전이지만 얼마나 많은 편견과 차별이 존재했으며 아직도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영화 시작 전 익숙한 이름이 보일 것이다. ‘수입/배급 찬란, 공동 제공 소지섭, 51k’라고 뜨기 때문이다.
‘소지섭’ 하면 한 사람이 떠오르는데 그 사람이 맞다.
배우 소지섭은 본인 외 옥택연 등이 속해 있는 기획사 51K를 운영하며, 수입/배급사인 찬란과 공동으로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쉽게 상영되지 못하는 영화 위주로 다양한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이런 노력이 영화 선택의 폭을 넓히며, 영화가 전달하는 힘을 키워줄 것이다.
영화 <디베르티멘토>는 오는 7일 개봉한다.
/디컬쳐 박선영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