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곳에 살던 말들은 군인들에게 먹고, 쉴 곳을 빼앗겨 버렸다.
사격훈련은 물론, 만일의 경우 이 지역 전체를 방어선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에 주민들은 불안해하며 극렬히 항의한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나 성주 사드(THAAD) 배치 얘기가 아니다. 일본 오키나와의 이야기다.
이번 제16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나란한 섬>은 강정과 성주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오키나와의 현실을 카메라에 담았다.
과거 오키나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포로가 되느니 자결하라는 국가의 ‘권고’에 따라 집단 자살, 아니 자살의 형태를 빌린 집단 학살이 벌어진 곳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정부에 의해 양민 집단 학살을 겪은 제주와 같은 아픔을 지닌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남서 시프트’를 통해 오키나와를 비롯한 몇몇 섬에 자위대를 배치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오키나와 주민들은 자위대 배치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오키나와 방위국은 이런 의견을 들은 척도 안하고 일방적으로 군대를 배치해 버렸다.
국내에서 미디어 운동을 하고 있는 김설혜, 정종민 감독이 현지로 날아가 주민들의 목소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촬영을 하지 않을 땐 주민들과 함께 시위에도 동참하면서 마음을 나눴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일본 본토에선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이 떨어진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물론 나라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국가가 없으면 국민이 고통받는다.
그러나 국민이 없으면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전쟁이 나면 이 지역을 방어선으로 삼겠다고 선언하면서,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는 건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란한 섬>은 이번 16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지난 28일에 이어 내달 1일 상영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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