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가운데, 그동안 극장용 영화, 그 중에서 오락성을 떠나 의미있는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해 온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번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 란>을 개막작으로 선정하면서, “과연 이게 맞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OTT 영화인지, 극장 영화인지 따지지 않고 작품성만 보고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2일) 드디어 <전, 란>이 베일을 벗었다. 저녁 8시 개막작 상영에 앞서, 낮 12시 30분 기자시사회를 통해 언론에 먼저 공개됐다.
선조 시절의 역사적 사건에 상상력을 보탠 이른바 ‘팩션 사극’으로 차승원, 강동원, 진선규, 박정민,김신록 등 ‘믿고 보는 배우’가 대거 출연하는데다, 박찬욱 감독이 각본에 참여해 스토리 역시 탄탄하다.
다만, 전쟁과 난이라는 영화의 소재상 목을 베는 장면 등 잔인한 장면이 많아 아무 생각없이 팝콘을 먹으며 즐길만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
이와 관련해 김상만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선정됐다고 해서 한편으로 아리송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초청받은 소감을 묻자, 김 감독은 영화계가 변화한다며 ‘통과의례’로 봐 달라고 했고, 김신록은 넷플릭스를 통해 여러 나라에서 사랑을 받으면, (극장에 걸리는) 우리 영화도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또, 박정민은 배우들이 계속 좋은 영화를 만들면 (OTT 영화인지와 무관하게) 계속해서 개막작으로 초청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OTT 영화인데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OTT 작품이든 아니든, 작품성만 좋으면 문호는 개방돼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 외에 어떤 의미를 갖고 개막작으로 선정했냐는 질문에 박 직무대행은 프로그래머 출신으로서, 이 영화를 봤을 때 재미있어서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었고, 다른 프로그래머들도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시원하게 답을 하지 못했다.
재차 어떤 의미를 두고 개막작으로 선정했냐는 질문에 그는 “재미있었다”며, 그 이상의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이 영화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뭐냐는 질문에 김상만 감독은 개인적으로 사극 연출을 생각하지 않았다며, 여러 캐릭터를 통해 계급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게 매력적이라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어디까지 실화이냐는 질문에 임진왜란이라는 소재만 실화이고, 나머지는 전부 지어낸 이야기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또 액션연기와 관련해 노비로 의병을 이끄는 천영 역의 강동원은 무슬팀과 잘 상의해서 연기했다고 밝혔고, 천영과 대립하는 왕의 호위무사 종려 역을 맡은 박정민은 천영보다 큰 검을 사용하고, 머리 위로 검을 휘두르는 방식으로 검술을 펼쳤다고 밝혔다.
영화 <군도>에서 말을 타며 액션을 하는 양반 역할이었는데, 이번엔 노비 역을 맡아 액션을 연기한 것에 대해 차이를 묻자, 강동원은 양반 역할은 기품과 품위를 유지해야 해서 액션이 자유롭지 못한데, 이번에는 기존 작품보다 감정표현도 풍부하게 하려했고, 액션도 자유롭게 했다며 차이를 설명했다.
본인의 캐릭터를 어떻게 잡고 연기했냐는 질문에 의병장 김자령 장군 역을 맡은 진선규는 자령은 어찌 보면 이상을 좇는 인물이지만, 마지막 대사를 보면 왕권에 기대는 인물인 것처럼 보여 감독과 상의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또 의병 범동 역을 연기한 김신록은 그 시절에 여자가 의병으로 참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전쟁을 겪으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인물이라고 밝혔고, 선조 역을 맡은 차승원은 뱀이 똬리를 튼 것 같은 마음을 품은 인물로 잘 그리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 김 감독 본인이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 미술감독으로 참여한 인연이 있어, 박 감독이 <동주> 촬영 중에도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봐 줬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서 차승원은 현재 박찬욱 감독과 같이 영화를 찍고 있다며, 박 감독이 장음이나 말의 포인트 등까지 세세하게 연기 지도를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 란>은 이번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후, 오는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공개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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