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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자녀에게 올바른 마중물이 되어야

칼럼니스트 권일남 | 입력 : 2020/07/15 [20:33]

지금이야 언제, 어디서든 수도꼭지를 틀면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지지만 반세기 전만 해도 이런 시설은 고급스럽거나 특별한 환경에서만 볼 수 있었다.

 

요즈음 청소년들은 잘 모르지만 두레박우물을 대체한 수도펌프라는 이 기구는 손잡이를 잡고 위아래로 힘을 가해주면 연결된 고무펌프가 작동을 하여 아래에 있는 물을 끌어 올린다. 펌프질을 할 때 큰 힘이 가해지면 펌프아래의 물은 기압이 낮아져 자연스럽게 위로 끌어 오르는 원리이다. 

 

그런데 물이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펌프질을 해도 파이프 아래에 있는 물을 위로 끌어 올릴 수가 없다. 고무패킹과 외벽이 철저히 차단되지 않아 공기가 새면 원하는 물을 얻기는 불가능하다. 이 상태에서 고무패킹과 외벽의 빈틈을 철저히 차단해 주는 수단이 바로 ‘마중물’이다.

 

마중물은 우리 삶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과 방향, 원리, 사람과의 관계를 만드는 노력 등 나를 위해서 상대방에게 던지는 일이나, 부모나 동료 등이 나를 위해서 지지하거나 지원해 주는 형태의 마중물은 모두의 성장을 돕는 큰 성과이다. 

 

또 지금의 마중물과 같은 행위 역시도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 그대로 적용되어져야 한다. 다만 부모로서의 지금의 노력과 행동이 우리 자녀를 위한 마중물이 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은 과거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그 방법론에서 다름이 엿보인다.

 

과거 부모는 자녀의 뒤에서 모든 것을 책임지고 뒷바라지함을 최선의 과제로, 목표로 삼았었다면, 지금은 사면팔방에서 최적의 지원을 찾는 노력과 맹목적인 지지를 마중물이라 여기는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더 불안해진 경쟁시대, 불투명한 진로, 직업의 제한 등은 과도한 자녀애정으로 표출되어 사회적 물의로 이어지곤 한다.

 

그래서 마중물을 부을 때 필요한 시점보다도 무한한 마중물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가 부모역할과 선택기준이 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펌프가 작동하여 시원한 물이 잘 나오고 있는데도 과한 욕심으로 부으면 그 물은 마중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의미 없는 상태에 불과하다.

 

보통 청소년들은 자신의 삶을 찾을 때 위기의 경험을 매 순간마다 겪고 있다. 자신의 삶이 힘들어서 또는 주변의 압력이 거대해서, 친구와의 관계가 힘들어서 또는 모든 성취의 결과가 맘에 들지 않아서 힘들 때가 많다. 이러할 때 부모가 전해주는 작은 지지, 소망을 잃지 않게 해주는 격려의 응원, 부모가 자녀를 믿고 있다는 신뢰 등은 자녀의 인생에 커다란 이정표를 만들어 내는 훌륭한 마중물이다.

 

하지만 부모는 자녀가 지름길을 가길 원하며 지름길을 찾으려 한다. 남이 가는 길보다 빠른 길을 선점하려는 노력이 최적이라 여긴다. 

 

지름길은 목표를 향해 빨리 갈 수는 있지만 좋은 경치를 보면서 여유를 얻을 수 있는 가치를 포기해야 할 때도 생긴다. 하나만 얻고자 하면 문제가 아니나 지름길을 원하는 사람은 빠름과 여유도 함께 갖길 원한다.

 

저마다의 마중물이 지름길이나 남들보다 우위에 있는 길로서의 방법을 찾는 순간 부모는 자녀에게 마중물이 되지 못할 우려가 크다. 

 

더욱이 자녀를 위한 부모의 마중물 역할은 매우 정교하고 철저한 분석과 관심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자녀가 바라는 기대치와 부모의 기대치가 서로 달라 펌프의 기능을 믿지 못하고 마중물을 더 부어주며 더 많은 물을 바라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자.

 

최근에는 자녀가 살아갈 미래의 진로가 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이나 고용의 다원성이 강조되다 보니 무엇을 택하여 살아갈래가 아닌 어떻게 살아갈래를 가르치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부모는 일정한 기준을 세우고 정해진 마중물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직업선호도 고순위에서 자리 잡고 있는 특정 직업군이 머리에 아른거리며 이를 달성함이 최선의 목표가 되었고 곧 그 성취를 위한 행위의 마중물에 오늘도 청소년들은 신음하고 있다.

 

반대로 미래 진로가 자녀에 과중되지 않도록 자녀가 원하는 것 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라며 방임하는 사람도 자주 발견한다.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든 해 보라고 말을 하지만 좋아하고, 원하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진정한 마중물이 되려면 자녀의 희망과 꿈이 뭔지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달려갈 수 있는 준비와 노력의 철저성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을 위한 마중물은 다양한 소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마중물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가장 존경하는 대상이 부모가 되는 순간 전달되는 마음은 자녀를 일으키고 성장하게 하는 최적의 마중물이자 버팀목이 된다. 

 

지금이라도 부모는 존재만으로도 자녀를 위한 마중물이 되고 있는지, 동시에 마중물의 선택기준을 어떻게, 어떤 것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이미 자녀에게 마중물을 주었다는 판단과 결과의 미흡을 채근하기보다는 지금이 미래의 바른 선택을 이끌어 주는 데 도움이 될지 날마다 자녀를 보면서 나 자신이 마중물인지 더 자주 되돌아보자.

 

/디컬쳐 칼럼니스트 권일남(명지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한국청소년활동학회장)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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