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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나도 고향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4/01/22 [16:20]

나는 ‘서울 사람’이다. 그래서 고향이 없다. 서울은 고향이 아니냐고 하는 이도 있겠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향과 거리가 멀다.

 

어제 인기리에 끝난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는 제주도 삼달리라는 가상의 소도시 출신인 사진작가 조은혜(신혜선 분)가 직원에게 갑질했다는 루머를 피해 이혼한 언니(신동미 분)와 미혼모인 동생(강미나 분)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와 겪는 일을 그렸다.

 

삼달리에 여전히 살고 있는 조은혜, 아니 조삼달(조은혜의 본명)의 친구들은 “갑질하지 않았다”는 삼달이의 말 한마디에 그녀를 전적으로 믿어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도와준다.

 

삼달리 해녀회장인 엄마(김미경 분)와 함께 물질하는 해녀 삼춘들(제주도에선 성별에 상관없이 자기보다 어른을 ‘삼춘’이라고 한다) 역시, 삼달이가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돕는다.

 

기자들이 조은혜를 찾으러 고향인 삼달리에 오자 온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 기자들을 골탕 먹인다.

 

그리고 자기 비리를 덮기 위해 조은혜가 갑질해서 죽고 싶었다고 거짓말을 한 방은주(조윤서 분)가 은혜의 기획안을 가로채 촬영 장소 섭외를 위해 삼달리를 찾자, 삼달이의 친구들과 삼달이 엄마가 합심해 혼내준다.

 

모든 게 다 싫어서 이젠 사진을 안 찍겠다며 내려온 조삼달은 고향인 삼달리에서 자연스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고향은 그런 힘이 있다. 삼달이의 친구들도, 삼달이도, 삼달이의 언니도 힘든 일을 겪은 후 고향에 돌아오면 모두가 위로를 건넨다.

 

단지 말로 위로를 건네는 게 아니라, 망해서 돌아온 이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돕는다.

 

재작년 어머니가 수십 년 만에 고향에 방문했더니, 아직도 그곳에 사는 동네 오빠가 어머니를 알아보고 아무개 동생이고, 누구의 딸 아니냐며 기억해 줘 깜짝 놀랐다.

 

서울에서 태어난 나로선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다.

 

수도권 특히 서울은 빈 땅이 있으면 무조건 아파트를 짓고, 아파트가 오래되면 부수고 다시 짓는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자주 바뀌고, 아파트 특성상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른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처럼 주택에 살면 서로 친하게 지내는 동네 사람도 있겠지만, 이젠 그런 주택들조차 부수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기에 동네 사람이 뿔뿔이 흩어기는 일이 흔하다.

 

그런 까닭에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고향의 개념이 없다.

 

수십 년 만에 고향을 찾아봤자 내가 살던 곳과 영 딴 곳이 되어 있고, 당연히 나를 기억해 주는 이도 없다.

 

<웰컴투 삼달리>처럼 마음의 위안을 받으려고 고향을 가봤자 변화된 모습에 마음이 더 심란해질 뿐이다.

 

얼마 전 경기도 일부를 서울로 편입해 서울의 면적을 늘리자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왔다.

 

반대하는 측에선 그럴 거면 전국을 다 서울에 편입시키지 그러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이고, 살기 좋은 건 사실이지만, 사람 사는 정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AI 시대가 본격화되면 더더욱 사람 사이의 정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하면 서울의 면적을 늘릴까, 어디에 아파트를 더 지을 것인가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출생률 저하로 인구 소멸이 시작된 마당에 아파트 한 채 더 짓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어떻게 하면 살맛 나는 세상, 이웃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게 할까 고민할 시점이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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