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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노래 왜 하세요?”라고 누군가 내 삶을 물을 때

연극<델타 보이즈>

칼럼니스트 김진곤 | 입력 : 2024/10/13 [10:06]


일록이 꽁지머리 대용에게 물었다. 대용은 <전국노래자랑>, <슈퍼스타 K>와 같은 방송 서바이벌 노래 프로그램에도 도전 해봤지만, 한 소절도 못 부르고, 번번이 예선 탈락했다. 

 

생선 장수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의 꿈은 가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전단지에서 남성 4중창 오디션 공고를 보고 찾아온다.

 

일록은 ‘델타 보이즈’ 팀의 리더이지만, 허세 가득한 예건 때문에 등 떠밀려 된 것이지 열정도, 꿈도 없는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삶에 노래도 못하고 나이도 먹었지만, 아직도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대용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래서 묻는다. 

 

“노래를 왜 하세요?”

 

우리는 번번이 듣는다. “돈도 못 벌면서 왜 연기 하세요?” “왜 글을 쓰세요?” “왜 자원봉사 하세요?” “왜 춤을 추세요?” 궁금해서 묻기보다는 왜 인생을 낭비하고 있느냐의 뉘앙스를 가진 폭력적인 발언이 되기도 한다. 

 

한번은 연극공연이 끝난 후, 뒤풀이 식사 자리에서 공연 관람 후 그 자리에 같이 있던 중소기업 사장이 물었다. 

 

이렇게 작은 대학로 공연무대에서 연기하면 한 달에 얼마 버냐고 물었다. 

 

한 배우가 “100만 원을 벌기도 하고, 못 벌 때도 많다”고 했다. 그러자 “아니 최저 생계도 안 되는 데, 다른 일도 많은 데 왜 연극을 하냐?”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한 선배 연기자분이 배우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지 말라며, 호되게 다그치며 후배 배우를 두둔해 주었다. 

 

그 선배 연기자는 손병호였다. 중소기업 사장은 죄송하다며 자기의 말뜻은 공연을 보고 배우의 연기로 많은 감명을 받았는데, 그에 대한 대가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너무 작은 것에 대하여 안타까워 말했다고 해명했다. 

 

의사소통의 해프닝이 끝나긴 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일이 허다하게 발생하곤 한다.

 

어제, 그제 하루 종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2024년 10월 10일은 한국 문학의 역사적인 날이 되었다. 

 

문득 그녀의 인터뷰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소설가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겁니까?” 라는 질문에 “소설가는 좀 더 독자적인 일이다. 전공이나 도제의 과정을 거치는 것도 아니라 쓰려는 의지만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답했다. 무릇 소설뿐 이겠는가. 다른 일들도 그렇다.

 

다시 연극 <델타 보이즈>로 되돌아가 보자. 이 작품의 원작은 영화 <델타 보이즈>로, 이 작품은 2016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이를 연극으로 재해석해 공연이 되고 있다.

 

이 작품은 4명의 인물(강일록, 차예건, 최대용, 노준세)의 꿈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들은 남성 4중창 대회를 위해 준비하고자 모였지만, 대회는 참가팀의 지원 부족으로 무산된다. 그럼에도 이들은 옥상에서 이들만의 공연을 펼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지질한 인생처럼 보이는 이들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우리는 깨닫는다. 이들보다 용기가 없는 자신을. 그리고 위로를 받는다. 남들이 뭐라 해도 꿈(가치)을 향해 가고 있는 자신을.

 

누군가 왜 그렇게 사냐고 인생에 대해 물을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연극을 보시라.

 

강일록 역 김호창 배우, 박주용 배우, 서신우 배우, 차예건 역 김도후 배우, 정휘욱 배우, 최기원 배우, 윤지혜 역 김단율 배우, 김도경 배우, 김소민 배우, 최대용 역 장우진 배우, 정영성 배우, 정주호 배우, 노준세 역 윤선근 배우, 장탁현 배우, 조제상 배우, 멀티 역 강지훈 배우, 박준성 배우, 정지호 배우를 응원한다.

 

/디컬쳐 칼럼니스트 김진곤(영화감독)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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