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도시 파리에 안 어울리는 몰골로 마가레타라는 여인이 길에 쓰러져 있자, 안나가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려간다.
마가레타의 굴곡진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듣던 안나의 도움으로, 마가레타는 ‘마타하리’라는 무희로 다시 태어난다.
세계 최초로 스트립 댄스를 선보인 마타하리는 유명인사가 된다. 당연히 그녀 주위에 여러 사람이 꼬인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이 있었으니, 프랑스 정보부 소속의 라두 대령과 프랑스 공군 파일럿 아르망.
마타하리는 아르망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라두 대령은 전시(戰時) 상황인 지금 어느 나라든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마타하리를 스파이로 이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프랑스 국방장관이 눈엣가시인 아군 총사령관을 제거하기 위해 마타하리가 제공한 정보를 악용하고, 마타하리가 스파인인 걸 눈치 챈 독일에서 마타하리가 자기네 스파이라는 가짜 뉴스를 흘린다.
뮤지컬 <마타하리>가 지난 5일 개막했다.
전설적인 스파이 마타하리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극 중 아르망은 실제 그녀보다 17살이나 어렸던 연인 바딤 마슬로프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1876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그녀는 당시 네덜란드 통치하에 있던 인도네시아에 주둔 중이던 네덜란드 장교와 결혼했으나, 얼마 후 이혼하고 힘든 삶을 살았다.
이후 스트립 댄서로 활동하면서 명성을 얻어 사교계와 정계, 재계 고위인사들과 교류했으나,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영국으로부터 스파이라는 의심을 샀다.
전쟁 중에도 프랑스와 독일을 자유롭게 오가자, 의심이 커져, 결국 그녀는 프랑스의 정보를 독일에 넘겼다는 혐의로 1917년 10월 15일 사형에 처해졌다.
그녀의 사후에도 끊임없이 진짜로 그녀가 스파이였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는데, 1999년 영국 정보부가 마타하리가 군사기밀을 독일에 넘긴 어떤 결정적 증거도 없다고 공개했다.
이에 프랑스가 내부 결속을 위해 그녀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나라에 충성을 맹세한 군인들이 서로 제 살길을 찾기 위해 희생양을 찾고 있다.
군인의 임무는 나라와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일진대,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야심한 시각에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에 총을 들고 들어가더니, 이제는 자기의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며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이에 매일 같이 뉴스에는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했다느니, 국방부 장관이 뭐라고 했다부터 시작해 전직 장군이 총괄했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당연히 법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비상계엄령을 발동한 대통령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거고, 부당한 지시인 줄 알면서도 이를 수행한 장성들도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된다.
나는 진짜로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대통령이, 장관이 지시해서 어쩔 수 없이 따랐다는 건 군인답지 못한 태도다.
정치적 야망을 지닌 국방부 장관이 눈엣가시인 아군 총사령관을 제거하기 위해 아군 5만 명이 죽도록 놔두고서, 그 책임을 마타하리에게 덮어씌우는 것과 뭐가 다른가.
제아무리 군인이고, 공무원이어도 부당한 명령과 지시는 거부할 줄 아는 강단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상황이 불리한 걸 느끼고서 이제 와서 자기만 살겠다고 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내년 3월 2일까지 서울 마곡에 위치한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저작권자 ⓒ 디컬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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