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자신의 일을 찾고 정하여 나아가는 이들이 다수이지만 삶의 흐름이 그 일로 흘러가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업을 운명으로 받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결국 돌고 돌아 그 일로 돌아오는 것 같다.
오늘은 젊은 시절 배우를 꿈꿨지만, 어머니로, 또 다른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다 올해 한국연출가협회가 주최한 <제35회 신춘문예페스티벌>에서 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문기영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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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5회 신춘문예페스티벌 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문기영 /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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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배우님, 먼저 독자 분들께 배우로서 어떤 활동을 해 오셨는지 본인 소개와 함께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배우 문기영입니다. 저는 1994년 극단 뿌리에서 뮤지컬 <가스펠>로 연기를 시작해 극단원으로 여러 작품에 참여하며 연기자의 꿈을 키웠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서울연극제 작품대상작인 <남에서 오신 손님> <생존자들> <솔리다리우스> 그리고 이번 신춘문예페스티벌에서 수상한 <포말>과 뮤지컬 <가스펠> <넌센스2> <아가씨와 건달들>을 비롯해 영화 <고백> <투명인간과의 인터뷰> <짐승>, 드라마 <유나의 거리> <번외수사> <글리치> 등에 출연했습니다.
Q. 연기 전공이 아닌 관현악과를 졸업하셨던데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되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어릴 때 피아노를 전공하려고 고2때까지 준비하다가 어머니의 권유로 고 3때 갑자기 트럼본이라는 악기로 바꾸게 되었어요. 어찌어찌 숙명여대를 입학했습니다. 대학 축제 때 서울예전 팀의 도움으로 <굿닥터>라는 작품을 하면서 진짜 무대를 느끼게 되었고 1년을 심각하게 고민하다 극단 뿌리에서 일반인 대상 연극교실을 방학 때 하면서 단원으로 눌러 앉았어요.
모두 금방 지쳐서 나갈 거라 예상했지만 전 잘 버텼습니다. 지나와보면 그 또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아, 사실 첫 연기는 사실 더 어릴 때였어요. 저는 크리스찬인데, 중고등에서 청년부까지 매년 꼭 성극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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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5회 신춘문예페스티벌> 초청작 <포말> 공연 팀 / 극단 지금여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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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신춘문예페스티벌 우수연기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하신 작품 <포말>에서 어떤 역이었는지와 연습과정 중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축하 감사합니다. <포말>에서는 두 자녀의 엄마, 가부장적인 남편의 아내로 가족 각자가 자신 상처만을 끌어안고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버티며 가족의 모든 상처들을 고슴도치 어미처럼 안고 견뎌주는 엄마 현선의 역할을 표현했습니다.
연습 때 에피소드로는 저의 배역인 현선 역이 대사보다는 리액션 위주라 연습시간 4시간 동안 조금은 외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웃음)
Q. 말씀 중에 이번 수상하신 상이 첫 수상작이라고 말씀하셔서 놀랐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가벼운 질문입니다. 왜 그동안 ‘대학로에서 상 받을 법한 작품’에 주로 활동하지 않으셨나요?
A. 네, 개인 연기상으로는 처음 받아봐서 신기하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물론 극단생활 중 연극제 작품대상작 등 좋은 작품에 참여는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개인적인 이유로 현장을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오니 연극의 장도 많이 바뀌고 우연히 매체 쪽에서 연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어 연극무대를 오래 쉬었습니다.
하지만 무대가 늘 그리웠으나 여건이 되지 못해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금 인터뷰하는) 서홍석 연출가와 인연이 되어 2024년 <생존자들>이란 작품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무대를 서게 되었습니다.
또 이번 포말 연출이신 차희 연출가의 작품을 통해서도 인물에 대한 더 깊은 고민과 무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같습니다. 두 분 모두 저에게 정말 감사한 분들입니다.
Q. 매체연기와 공연에 임하는 차이와 팁이 있다면 후배 연기자들을 위해 나눠주시고 배우님께선 어떤 부분을 더 선호하는지, 그리고 배우 문기영의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을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확실히 매체와 무대연기는 다른 분야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또한 그렇지요. 표현의 디테일이나 무대를 장악하는 에너지, 카메라를 잡아먹는 에너지가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 잡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신인이라면 무대와 매체를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의 깊이가 서로 다른 부분이 많아 상호보완하며 연기 할 수 있다면 큰 무기가 될 것 같습니다.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표현이 많지만, 기본기는 꼭 필요하며 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 또한 있어야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후배들 보면 참 자유롭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참 부럽고 닮고 싶습니다. 선배들도 후배들의 배울 점들도 수용하고 유연해져야합니다. 물론 무엇보다도 서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요.
나이가 들어가니 연기의 방향성 또한 달라지더라고요. 사람을 살리는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건 저 또한 살고 싶다는 거겠죠.
요즘 다들 너무 힘듭니다. 사회가 답답합니다. 현실 또한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같이 더불어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산소 같은 작품을 정말 하고 싶습니다.
오늘을 잘 살았다고 칭찬해주고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는 작품을, 우리 세대가 물러간 뒤에도 후대들이 또한 보고 살아갈 수 있는 작품을 남기고 싶습니다.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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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포말’의 커튼콜 중인 배우 문기영(중앙) /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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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A. 저는 무명배우 입니다. 저를 만났던 현장 분들이나 지금 기사를 읽는 분들 또한 또한 뭐 잘 알지도 못하는 배우가 상 하나 받았다고 뭐가 이리 장황 하냐 할 수도 있겠죠. 연기를 하다보면 처음이란 것도, 실수도, 무대 위에서 머리가 하얘져서 공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나만이 할 수 있는 버팀으로 하루하루 칭찬하며 자신을 챙겨야 하는 것 같습니다. 힘든 날도 있겠지만 살다보면 생각보다 좋은 사람도 많습니다. 좋은 상황도 많은데 힘듦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살 필요는 없습니다.
감사한 분들에게 받은 힘을 후배에게도 내림으로 주고 서로에게 감사 할 줄 아는 마음을 나누고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음도 아프고 현실에 치여서 그럴 여력 또한 없을 수 있더라고요. 그래도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며 하루 또, 오늘 하루를 살아가면 그런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개인 인터뷰도 처음이다 보니 두서도 없고 부족함만 보일 수 있지만 인터뷰도, 그리고 기사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바로 단편영화 오디션을 보러 간다는 배우 문기영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인터뷰의 내용처럼 배우 문기영의 삶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희망과 활력이 되어 세상에 선하고 좋은 영향력으로 남길, 더불어 벚꽃이 날리는 화창한 봄날의 인터뷰와 어울리는 그녀의 여정에 응원을 보내며 지금까지보다도 앞으로의 앞날에 더 좋은 작품과 좋은 인연이 함께 하길 바라본다.
/디컬쳐 칼럼니스트 서홍석(연극 연출가·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