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미쳤다. 연일 성추행, 성폭행을 했다는 가해자들의 실명이 공개되고 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적이 있는 시인부터, 유명 배우는 물론 지성인의 집합체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에 이제는 대통령 경선 후보까지 했던 사람까지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 정도면 가히 대한민국이 '성진국'(성이 문란한 나라를 비꼬는 인터넷 은어)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성폭력을 당했음을 고백하는 운동)이 시발점이 된 것으로, 그동안 차마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이들이 용기를 내어 고백하기 시작하면서 곪았던 부분이 하나씩 터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그동안은 이런 일이 계속해서 벌어진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식의 수준이 낮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여성에게 '칭찬'한답시고 "역시 애를 안 낳아서 몸매가 좋아" "모유수유를 해서 그런가 가슴이 커" 등의 발언을 서슴없이 여성들에게 해도 큰 탈이 없었다.
왜냐하면 여성들도 속으로는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라고 생각해도 차마 대놓고 따귀를 날리거나, 강하게 말로 항의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남성들은 더더욱 대놓고 여성을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미투 운동'으로 여성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자 앞다퉈 "나도 당했다"며 고백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 남성들은 단지 여성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희롱을 일삼은 것일까?
아마도 남성들이 그릇된 사고를 갖게 된 이유는 미디어 특히 TV의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개그맨들은 뚱뚱하거나 못생긴 개그우먼을 비하하기 일쑤고, 심지어 당하는 사람조차 스스로를 비하한다.
거기다 어떤 유명 개그맨은 '변태'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예쁘거나 섹시한 여자 연예인을 끌어안거나 뒤에서 머리 냄새를 맡기도 하고, 야한 농담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물론 시청자들은 이를 보면서 재미있다고 웃어넘기고,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남성들은 '여자는 남자가 어떻게 해도 상관없는 존재'라는 인식이 점점 생기게 된다.
이로 인해 TV 밖 현실에서도 TV 속 그 개그맨처럼 예쁜 여자를 서슴없이 만지거나 심지어 그런 행위가 반복되면 성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꼭 그렇다고 해당 개그맨만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아니다. 그런 콘셉트의 연기를 계속해서 하도록 하는 제작진의 인식과 태도도 문제고, 여자 연예인의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훑는 카메라 워킹을 당연시 여기는 연예정보 프로그램, 그리고 10대 미성년자들에게 야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라고 강요하는 연예기획사까지.
어쩌면 '시청률'과 '돈벌이'를 위해 섹스어필에만 몰두한 방송사와 연예계의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같은 여성에게 가해진 기득권 여성들로 인해 남성들은 더욱 더 마음 놓고 여성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남성들만 가해자는 아니다. TV를 통해 남성의 멋진 몸매에 환상을 갖게 된 여성들 역시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남성의 엉덩이를 두드리거나, 여자친구랑 잠자리를 언제 했는지 묻는 등 성희롱을 하기도 한다.
또 영화 <몽정기>에서처럼 여학생들이 젊은 남자교사에게 "저희가 조금씩 짠 우유"라며 성희롱성 발언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남성이 여성에게 뿐 아니라 여성이 남성에게 그리고 약자가 강자에게 서슴없이 성폭력(성희롱과 성폭행을 합한 개념)을 가하는 상황은 결국 대중들의 인식을 '그 정도는 재미지'라고 생각하게 만든 방송의 영향이 크다.
이제부터라도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제대로 된 성에 대한 인식을 갖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디컬쳐 이경헌 발행인